김형오 국회의장
‘김형오의 배수진’ 속내는
김형오 국회의장은 27일 ‘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장의 입장’을 내어 “예산안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며 “여야가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는 공동으로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보 등 4대강 문제에 대해서는 예산의 효율성과 예산 삭감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28일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저녁에는 여야 원내대표들을 불러 막판 여야 협상을 촉구했다. 앞서 김효석 민주당 의원 등 여야 중진 의원들은 26일 밤 의장 공관을 방문해 김 의장에게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업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여야가 협상할 수 있도록 중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의 ‘배수진’을 두고, 민주당은 직권상정을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우려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 회담 뒤 “김형오 의장은 중재를 빙자해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 축적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준예산 발언 때문에 김 의장이 금년 안에 (예산안이) 처리 안 되면 자기가 사퇴하겠다고 화답하고, 모든 것을 걸고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국회의장실의 한 관계자도 “김 의장은 준예산이라는 건 있을 수 없고 무조건 예산안이 연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여야 협상이) 정 안 될 경우 직권상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의 입장 발표는 여야 협상 타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직권상정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예산을 올해 안에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동감”이라며 “연말까지 예산안을 처리 못하면 동반 사퇴할 각오로 협상에 임하자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지난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직권상정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의장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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