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존재감 묻힐라’ 걱정

박쪽 ‘한마디 정치’에 밀려
세종시 사수 공 뺏길까
지도부 일제히 ‘수정’ 성토

민주당은 ‘세종시 원안 사수’ 싸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박 전 대표의 거듭된 발언으로 여권이 혼란에 빠진 상황을 호재로 보면서도,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겨 제1야당의 존재감이 묻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행복도시(세종시)에 대해 한나라당 내부 의견이 다르게 나오는 등 중구난방, 좌충우돌식의 집권여당과 정권의 무능함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세종시는 기업특혜 도시로 변질되고 있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를 분명히 해서 이 부분이 중요한 국면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충청이라는 지역적으로 분명한 반대가 있고, 이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법 개정을 밀어붙이기 어려운데다,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까지 있어 정부가 세종시 원안 폐기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편에선 세종시 원안의 ‘저작권’을 쥔 민주당이 박 전 대표의 ‘한마디 정치’에 밀려 세종시 사수의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유력 대선 후보가 없는 민주당에선 영향력이 큰 정치인인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에 정국이 출렁거리는 게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세종시 지역에서 촛불집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안희정 최고위원이 트럭을 몰고 현지를 누비는 등 엄동설한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는데도,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사수의 첨병에 선 것처럼 주목받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당의 ‘총체적 무능론’을 앞세워 극한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최재성 의원은 “여당이라면 사전 조율을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을 내놓아야지 저렇게 외형적으로 삐거덕거리면 국민이 어떻게 안심하겠느냐”며 “여당에서 저렇게 삐거덕거리면 원죄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지만 그 책임 일부는 박 전 대표에게도 돌아간다”고 말했다. 당내 세종시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국가균형발전이란 가치로 탄생했으며, 민주당은 그 가치를 이어받은 당”이라며 “당의 존립과 정체성을 걸고 반드시 행정부처 이전을 포함한 원안을 사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