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신 국무총리 실장 (서울=연합뉴스)
권태신 총리실장, 한나라 ‘진흙탕 싸움’ 가세
“50년, 100년 뒤 나라 망할 수도 있다” 막말
“50년, 100년 뒤 나라 망할 수도 있다” 막말
한나라당의 세종시 해법 논쟁이 인신공격성 감정싸움으로 흐르고 있다. 전날 정몽준 대표의 박근혜 전 대표 비판 발언에 자극받은 친박계가 3일 일제히 반박에 나선 반면, 친이계 쪽에서는 권태신 총리실장까지 박 전 대표 비판 대열에 합류하는 등 세종시를 둘러싼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권 총리실장은 이날 아침 친이명박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 회원들과 만나 “신뢰라는 것은 올바른 결과가 나온다는 전제하에 해야 하는데 저런 것(세종시 원안)을 갖고 신뢰를 말하는 것은 지도자나 국가 운영하는 사람의 태도로는 잘못된 것”이라고 박 전 대표의 ‘신뢰론’을 공격했다. 또 그는 박 전 대표의 균형발전론에 대해서도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 부처를 분산해야 한다면 진짜 낙후된 강원도, 경기북부, 전남 등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미국 텍사스주의 7분의 1도 안 되는 나라에서 자꾸 분열하는 게 안타깝다”며 “도시전문가들 말로는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고 한다. 세종시 원안은 그 자체가 수도 분할로 50년, 100년 뒤에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극단적인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인 현기환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해결책을 얘기하는 정치지도자를 폄하하는 것은 공무원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며 국회를 무시하고 나아가 정치권 전체를 업신여기는 오만한 태도”라고 말했다. 현 의원은 이어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행복도시법의 제정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던 공무원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해바라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권 실장을 직접 공격한 뒤 그를 엄중 문책할 것을 정운찬 국무총리에게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총리실은 자료를 내 “‘세종시 도시 개념은 도시 중심이 없는 민주도시를 지향하는데 이런 도시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사회주의적 이념을 적용한 도시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는 발언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별도로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가급적 당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발언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정 대표의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겨냥했다. 이 의원은 “이런 발언을 주고받는 식이면 지방선거와 이명박 정부의 성공도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정 대표는 “우리끼리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인데, 언론을 통해 간접대화를 하는 것은 아주 안 좋은 형편”이라고 박 전 대표의 ‘장외’ 발언을 비판했다.
또 친박계인 이성헌 의원은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정 대표가 2002년 대선 하루 전 신뢰가 깨져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후보단일화를 철회한다고 했다”며 “신뢰를 상실했을 때의 아픔을 겪은 분이 ‘박 전 대표도 원안이 꼭 필요하단 태도는 아니다’라고 왜곡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인신공격성’ 비판을 하고 나섰다.
성연철 김지은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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