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발행한 ‘행복도시 세종’이란 책자를 들어 보이며 정운찬 총리에게 세종시 수정안의 부당성에 대해 따져묻고 있다. 답변을 마친 정 총리가 자리로 돌아가 안경을 벗어든 채 눈가를 닦고 있다. 김봉규 김진수기자 bong9@hani.co.kr
‘과천 부처 몇개?’ 질의에
대답 못해 핀잔 들은 뒤
“세종시 내용 물으라” 맞서
대답 못해 핀잔 들은 뒤
“세종시 내용 물으라” 맞서
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여의도에서 벌어진 ‘세종시 전쟁’ 한복판에서 진땀을 흘렸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의에 참석한 정 총리는 구체적 수치를 물으며 몰아붙이는 의원들 앞에서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다. 그러나 세종시 수정의 당위성에 대해선 굽히지 않고 맞섰다.
정 총리가 곤욕을 치른 대목은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이 과천에 몇 개 정부 부처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정 총리가 대답을 못하자, 유 의원은 “세종시 때문에 국정이 마비되고 있는데, 총리가 기본적인 것도 모르냐”고 다그쳤다.
그러나 정 총리는 이후 공세적 태도를 취했다.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총리가 정부 부처 숫자도 모르는 것은 가장이 자기 가족 숫자 모르는 것과 똑같다”고 말하자, 그는 “이 장소는 국민의 대표이신 여러 의원들을 통해서 알고 싶은 것을 묻고 전하는 곳이지, 퀴즈 하듯이 정부 부처가 몇 개냐고 묻는 곳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양 의원이 “너무 당연한 것을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거듭 추궁하자, 정 총리는 “지난번 대정부질의 때도 말했듯이 내용에 대해 묻고 대답하고 싶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정부질의 때 “731부대가 뭔지 아느냐”는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의 질문에 “항일독립군부대 아닌가요”라고 말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양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세종시를 잘 만들겠다는) 약속을 안 했으면 대통령이 안 됐을 것이고, 이는(당선 뒤 약속을 뒤집는 것은) 표를 도둑질한 것과 마찬가지다. 대통령직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하자, “그건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정치적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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