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술을 문 채 야당의 총리해임건의안 제출 검토 등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집안 사람이 강도 돌변? 상상 어려운 가정”…‘조건부 용퇴’ 가능성 일축
정운찬 국무총리가 1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 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의 ‘강도론’ 발언 공방과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고 들었는데, 진의는 잘 모르겠으나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한다는 것은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가정”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대통령이 말한 ‘잘 되는 집은 강도를 물리친다’는 발언은 대내외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력 결집과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이해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세종시 수정안 발표 한 달을 맞아 열렸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을 위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와서 보니까 총리 자리가 정치적 지도자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건의를 드리고 정치 지도자들끼리 대화를 주선하고 하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은 대화가 참 아쉬운 상황이지만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현재로서는 (총리가) 대화를 주선할 수 있는 힘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의 4월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 자신의 ‘조건부 용퇴’ 가능성을 거론한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지난번에 충청지역을 방문했을 때 ‘세종시 건설본부장’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는데 용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늘 신문을 보니 언론이 총리도 갈아치울 수 있다고 느껴졌다”며 불쾌감을 비친 뒤 “저의 앞날은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고 안 되고 하는 조건 속에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의 총리 해임건의안 검토에 대해서는 “(해임건의안에 대해) 당사자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서울대 총장을 지낸 사람이 대한민국 총리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하는 말씀에 대해선 국민이 판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 시점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세종시 문제가 영구미제가 될까 걱정”이라며 “2월은 힘들고, 3월은 국회가 안 열리고, 6월은 또 선거가 있어 여러 가지로 따지니 4월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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