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전선 새국면
“강도론 말꼬리 잡지말고 마무리” 치고 빠지기
친박 “이동관 사퇴하라” 양쪽 갈등 불가피
“강도론 말꼬리 잡지말고 마무리” 치고 빠지기
친박 “이동관 사퇴하라” 양쪽 갈등 불가피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강도 논쟁’ 중단을 주문하면서 ‘강도론 대 한집안 강도론’으로 맞서온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립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날 갈등의 근원인 세종시 수정안 처리 방향에 대해 “개인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적”이라며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려줄 것을 요구함에 따라 설 연휴 이후 ‘당론 변경’을 두고 새로운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 친박근혜계가 이날 박 전 대표를 “박근혜 의원”이라고 호칭하면서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양쪽 대결에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병국 사무총장 등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의 청와대 조찬모임에서 박 전 대표와의 감정싸움 양상을 보여온 강도 논쟁에 대해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서로 더 이상 말꼬리를 잡지 말고,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덮고 가자”고 말했다. 지난 9일 자신의 ‘강도론’에 박 전 대표가 ‘한집안 강도론’으로 대응하면서 이른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전면전’ 양상으로 싸움이 번지자 직접 논쟁에 마침표를 찍으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 진영도 이 대통령의 제의에 일단 동의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감정싸움을 자제하자는 대통령의 말씀에 굳이 토를 달 필요가 있겠느냐”며 “박 전 대표도 그 부분에 대해선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나 친박 진영 모두 죽기 살기로 대응했던 전날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그러나 이런 흐름은 설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 경우 국민적 불신만 확대돼 공멸할 수 있다는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일시적 휴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 대통령은 이날 ‘강도 논쟁’의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정작 박 전 대표가 완강하게 거부해온 세종시에 대한 한나라당의 당론 변경을 주문했다. 세종시 수정과 관련해 한판승부 의지를 전달한 것이어서, 두 진영 간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친이 직계의 한 재선의원은 “우리가 세종시 수정을 포기할 수 없고, 박 전 대표도 원안 고수 입장을 바꿀 리 없는 만큼 설 이후 당론 변경을 두고 다시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표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은 당론 변경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현재 세종시 당론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확정됐고, 2007년 대선에서 국민과 약속까지 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시대로 당론 변경을 시도하면 엄청난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도 논쟁’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비난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퇴 문제도 논란거리다. 이정현 의원은 “강도 논쟁 중단과는 별개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겨냥한 게 아니라 밝혔는데도 허위 사실로 싸움을 부추긴 이동관 수석은 사퇴시켜야 한다”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친박 중진인 홍사덕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귀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의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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