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12·12 쿠데타’ 비난하던 미국…보름만에 꼬리

등록 2010-02-22 21:32

1979년 외교문서 공개
“민간정부 지지”서 “신군부 배척 안해” 말 바꿔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 등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불법적으로 연행하며 군권을 장악했던 ‘12·12쿠데타’에 대해, 미국 정부는 사건 초기 한국 정부와 군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으나 점차 중립적인 태도로 돌아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가 22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작성한 지 30년이 넘어 공개한 1979년 문서들을 보면,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 대사는 12월 19일 박동진 당시 외무장관을 만나 격한 용어를 사용하며 ‘12·12쿠데타’를 비난했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한국군이 미국 쪽과의 협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대와 사단병력을 자의로 이동해 한-미 연합군의 군사적 유효성과 행동의 자유를 지극히 훼손했다”며 “연합사의 작전통제권 위반 및 위계질서 문란은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 군부는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고 이러한 불만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부터 미 합참의장을 거쳐 백악관의 최고위층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것”이라며 “미국 정부로서는 어디까지나 한국의 민간 정부와 상대할 것이며 한국의 민간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지난해 말 기밀해제한 문서를 보면, 글라이스틴 대사는 12·12 쿠데타가 발생하자 ‘사실상의 쿠데타’로 규정했다가 사건 이틀 뒤인 14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만난 뒤에는 “(전날 보고에 대해) 나 스스로 신중하지 못했다”며 입장을 번복하는 비밀 전문을 본국에 보냈다. 이에 비춰볼 때 글라이스틴 대사의 12월 19일 강경 발언은 ‘본국의 훈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교부가 이날 공개한 문서를 보면, 쿠데타 발생 16일 뒤인 12월 28일엔 신군부 세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상당히 누그러져 있다. 박동진 외무장관이 오찬에서 ‘12·12 당시 작전권 관계로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군부의 새 지도자들과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유하자, 글라이스틴 대사는 “미국 쪽도 비슷한 생각이며 새 군부 지도자들에 대해 그들을 배척하거나 경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979년 지미 카터 당시 미 대통령의 방한(6월30일~7월1일) 과정에서 한-미 양쪽이 유신체제 및 한국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친 것으로 밝혀졌다.

글라이스틴 대사는 6월12일 박동진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장 주최 다과회 때 카터 대통령이 신민당, 공화당, 유정회 등 3개 교섭단체 대표들과 짧은 개별면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영삼 당시 신민당 당수와의 면담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카터 대통령의 방한 초점은 정상회담이며 기타 일정에 초점을 둬서는 안 된다”며 거부했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앞서 5월에 선발대로 한국에 들어온 미 국무부 인사들도 한국의 반체제 인사를 면담하기를 원했으나 한국 정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도 카터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정희 정권이 억류해온 (반정부 인사) 100명 이상의 명단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뒤 이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사이러스 밴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이런 사실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으나 언론 검열 탓에 국내 언론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