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외교 궁지’ 고이즈미, 한-일 회담 성사 안간힘

등록 2005-06-09 03:44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도쿄의 치토리가우치 전몰자 묘지에서 헌화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아에프페 연합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지난달 30일 도쿄의 치토리가우치 전몰자 묘지에서 헌화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아에프페 연합
냉기류 녹일 ‘선물’ 부담…교과서 문제등 ‘성의’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 성사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로선 외교가 ‘사면초가’에 봉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어 분위기 전환을 위한 탈출구 마련이 절실한 처지다. 특히 야스쿠니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인데다, 일본 국내에서도 참배 중단을 요구하는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본 쪽의 필요에 꼭 들어맞는 것이 한-일 정상회담이다. 회담에서 대단한 합의를 내지 않더라도 두 정상이 환담을 나누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고이즈미 총리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내보이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확정 단계로 알려진 한-일 정상회담이 보류된다면 고이즈미 총리는 우이 중국 부총리의 전격 회담 취소를 능가하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가고시마 정상회담 때와 달리 양국 관계의 급격한 냉각으로 한국 정부가 지게 된 엄청난 부담에 걸맞은 ‘선물’을 일본 쪽이 내놓기 어렵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회담은 ‘넥타이를 푼 편안한 만남과 솔직한 대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독도 영유권, 야스쿠니 참배, 왜곡 역사교과서 등 현안이 모두 불거진 상황에서 정상회담 논의의 ‘수위 조절’이 결코 쉽지 않다. 또 직설적 화법을 구사하는 두 정상이 냉랭한 분위기라도 조성한다면 양쪽 모두에 상당한 정치적 손실이 예상된다. 최근 일본 외무성 부대신과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국을 잇따라 방문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 쪽의 전향적 자세를 끌어내기 위해 그동안 무시해왔던 한국 쪽의 요구사항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제2기 한-일 역사공동연구에서 교과서 문제도 다루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 언론들은 8일 고이즈미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이를 정식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역사공동연구위에 전문분과회를 설치해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간다는 게 일본 쪽 계획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역사인식을 좁히기 위한 공동연구에는 응하면서도 ‘교과서 편집권에 대한 정치개입의 우려’를 내세워 교과서와 연계하는 것은 극도로 피해왔다. 이번에도 연구결과의 교과서 반영 요구는 거부한다는 전제에서 한발짝 한국 쪽으로 다가온 것이다. 〈교도통신〉은 “정상회담에서 뭔가 관계개선을 향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마이니치신문〉은 “야스쿠니 문제에서 양보가 불가능해 진지한 역사인식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등으로 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이밖에도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조사·반환을 위해 지자체와 사찰에 조사협조를 요청하는 등 부담이 적은 범위에서 ‘성의’를 보이려 애쓰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