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조천읍 신촌초등학교 6학년 1반 학생들이 지난 5일 낮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올해부터 병설유치원을 포함한 이 학교 전교생 284명에겐 친환경 무상급식이 제공되고 있다.
주민발의로 조례 제정
도·교육청서 비용지원
도·교육청서 비용지원
지난 5일 찾아간 제주시 조천읍 신촌초등학교. 여느 초등학교와 다르지 않은 점심시간이지만, 이곳의 식단은 특별했다. 보리수수밥, 된장국, 돼지갈비 등 이날의 차림판에 오른 모든 음식이 100% 친환경 농산물이었다.
게다가 올해부터 제주도교육청이 읍·면 지역 초·중학교(병설유치원 포함)에서 무상급식을 시작해, 이곳의 급식은 100% 친환경에다 학부모의 비용 부담이 없다. 날이 풀리는 4월부터는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텃밭에 채소를 심어 해마다 그랬듯 급식 재료로 쓸 예정이다.
‘제주의 실험’이 전국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제주는 올해 학교급식과 관련해 두 갈래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 우선 병설유치원을 포함한 제주의 모든 초·중·고교에서 친환경 농산물 급식이 전면 실시된다. 제주의 학교급식운동 7년이 맺은 열매다.
제주에선 지난 2003년 봄 아라중학교 운영위원회가 ‘친환경 유기농 급식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그해 가을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제주연대’(제주연대)가 닻을 올렸다. 제주연대는 2004년 초 도민 1만 1505명의 서명을 받아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를 했고, 같은해 7월 ‘제주도 친환경 우리농산물 학교급식 사용에 관한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도청과 도교육청은 조례에 따라 친환경 농산물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각 학교는 도내 친환경 인증 농산물을 식재료로 우선 구입한다. 친환경 급식으로 아이들 건강뿐 아니라 지역 경제까지 챙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채칠성 제주연대 집행위원장(제주중앙고 교사)은 학교급식 운동이 ‘풀뿌리 운동’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두 가지로 꼽았다. 지역에 적합하면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설득을 통해 모두를 포용하는 ‘절차’가 그것이다. 채 위원장은 “학교급식 운동을 하며 내건 구호는 아이 건강, 농촌 살리기, 청정제주였다”며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조례제정 운동을 본격화했을 때 제주연대에는 학부모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지역 시민·사회 단체뿐 아니라 제주 출신 국회의원, 도의원 등이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참여했다.
주민발의로 시작됐지만, 조례의 문구 하나하나를 도청과 조정했고, 친환경 농업이 활성화하지 않은 여건을 고려해 농민단체를 설득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는 등 이해 당사자들을 ‘열린 광장’으로 끌어냈다. 채 위원장은 “진보든 보수든 모두 주민이기 때문에 일을 함께 도모하면 안 될 게 없다”고 급식운동의 교훈을 설명했다.
급식 운동은 조례 제정에 머물지 않았다. 2005년 친환경 우리농산물 급식이 29개 학교 1만 1212명에게 시범실시된 이후, ‘학교 급식지원 심의위원회’에 참여해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먹을거리 교육도 계속해나갔다. 그 결과 2006년 97곳, 2007년 197곳, 2008년 225곳, 2009년 253곳에 지원되던 급식비가 올해 도내 모든 학교로 확대됐다.
올해엔 또 다른 큰 진화가 시작된다. 도교육청은 친환경 급식 경험을 토대로 예산 60억원을 들여 읍·면 지역 139개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 제주지역 전체 267개 학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또 무상급식의 법제화를 위해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무상급식 조례제정 서명’도 받고 있다.
학교급식 운동에 참여했던 강경식 전 제주연대 사무처장과 이석문 전 전교조 제주지부장은 6월 지방선거에 ‘제주지역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각각 도의원과 도교육위원에 출마한다. 김남훈 제주연대 사무처장은 “2003년부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정당을 불문하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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