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1일 “사형이 확정된 자 가운데 인간이기를 포기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성폭행범이나 연쇄살인범은 신속히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정부에 사형집행을 촉구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에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악용해 사형제 폐지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포퓰리즘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형사소송법 465조 1항에 사형명령은 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두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사형제도를 합헌이라고 일관되게 선고하고 있다”며 “사형집행이 정의와 법치주의 이념에 맞고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에 사형은 법무장관에 의해 집행한다고 돼 있음에도 지난 12년 동안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는데, 이것은 명백히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무부를 압박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흉악범에 분개하는 국민의 공분을 충분히 이해하며, 국회에서 이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사형집행은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화풀이하듯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도 “사형집행이 흉악범죄를 막는다는 주장에 대해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민적 분노에 기대 사형집행을 요구한 것은 무책임하고 경솔한 포퓰리즘적 행태”라며 “부산 여중생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논쟁거리이고, 우리 내부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복잡한 문제”라며 사형집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신승근 황준범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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