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쪽 ‘북어뢰 공격설’은 근거 부족…어뢰음 탐지안돼
전문가, 기뢰 공격설 신빙성 낮고 ‘인간 어뢰’ 뜬금없어
전문가, 기뢰 공격설 신빙성 낮고 ‘인간 어뢰’ 뜬금없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북한의 연관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부 보수인사들을 중심으로 북한의 어뢰 공격설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취합된 정보로는 가능성이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지난 29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을 향한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그 측근들은 ‘북한소행 가능성은 낮다’는 자신들의 예단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화가 난 애국시민들은 이 정권이 북한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보복해야 하는 부담을 피하려고 좌경언론과 야합해 침몰 책임을 국군에 전가하고 북한정권에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의심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세력이 제기하는 북한 관련설은 △북 잠수함(정)의 어뢰발사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설치한 기뢰(폭뢰) 폭발설 △북한 쪽 바다에서 기뢰가 흘러들었다는 기뢰 유입설 △인간어뢰 공격설 등이다.
북 잠수함의 어뢰발사설은 북한 잠수함(정)이 몰래 다가와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북한으로 도망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정)이 어뢰음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어뢰를 발사하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 잠수함(정)이 어뢰를 발사하면 어뢰음이 초계함의 음향탐지기에 잡힌다”며 “침몰한 천안함과 근처에 있던 속초함에서 어뢰음을 청취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31일 보도한 ‘사고 당일인 26일 북한 잠수정의 기동’과 관련해 “궤적이 불분명하지만 천안함 사고와는 별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밀한 대북 감시 정보 수단을 보유한 미국이 사고 해역 근처에서 북한군의 특이한 움직임이 없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런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전쟁 때 북한이 설치한 기뢰가 폭발했다는 주장도 60년 동안 바다에 있던 기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연구기관의 무기 전문가는 “한국전 때 기뢰가 60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사고가 난 곳에서 작동했는지 설명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방한계선 북쪽에 설치해 놓은 기뢰가 조류를 타고 흘러들어왔을 것이란 주장도, 사고 해역이 조류 흐름이 하루에도 3~4차례 수시로 바뀌는 곳이라 기뢰가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낮은 데다 어선들이 빈번히 다니는 항로인데 지금껏 기뢰 사고가 보고된 바 없다는 사실 등에 비춰 신빙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인간 어뢰설도 제기한다. 어뢰에 모터를 달아 사람이 직접 목표물로 조정 접근해 공격하는 북한 특수 부대가 자폭 공격을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시도 아닌 평시에 인간어뢰설은 뜬금없는 주장이란 게 군 안팎의 반응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제공권과 제해권을 빼앗긴 일본 해군이 마지막 수단으로 고안해 1944년 8월 처음 작전에 투입한 가이텐은 하늘의 가미카제와 같은 자폭 무기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인간어뢰설은 합리적 근거가 부족한 소설 같은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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