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파·종파 면밀 분석땐 원인 밝힐 ‘열쇠’
외부폭발에 무게…흔적·파편없어 의문
외부폭발에 무게…흔적·파편없어 의문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과 관련해 사고 당시 발생한 ‘폭발음’과 ‘지진파’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발음과 지진파의 성격을 분석해, 침몰한 천안함의 상태 등과 연결하면 침몰 원인의 추정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지진파가 자연지진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러나 지진파의 원인이 폭발인지, 충격인지는 좀더 분석해 봐야 한다.
박민규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수중 폭발이면 상당한 규모의 음향파가 생성됐을 것이어서 감지된 파형에 충격이 땅을 통해 전달되는 ‘피(P)파’ ‘에스(S)파’ 외에 물을 통해 전달되는 ‘티(T)파’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티파’의 유무로 폭발인지 암초 충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용규 기상청 지진감시과 사무관은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한 충격이 관측돼 파형을 구분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개인적 견해로는 이번 지진파에 ‘티파’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파를 유발한 폭발이 내부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은 사실상 배제된 상태다. 군 당국은 “천안함에서 떨어져 나온 부유물과 가라앉은 선체 등을 조사해 본 결과, 검게 탄 흔적 등 내부 폭발로 볼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부 폭발일 경우 가능성은 ‘어뢰와 기뢰, 폭뢰’ 세가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어뢰 등의 외부 폭발 때 나타나는 흔적이 없다는 점은 앞으로 풀어야 할 의문이다. 류재문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이상한 건 어뢰·기뢰 폭발이면 바닥에 시꺼먼 모래가 올라와 갑판 쪽에 묻어 있어야 하는데, 탈출한 사람들 옷에도 흔적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뢰의 경우 북한이 1950년대 설치한 것은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또 북한이 함정의 음향에 반응해 터지는 감응식 기뢰를 개발하지 못했고, 최근 기뢰 부설 첩보가 없으며, 반잠수정도 기뢰 설치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975년 남한이 설치한 기뢰가 일부 유실됐다 해도 전기식 뇌관이 장착돼 폭발 가능성이 없다고 김태영 국방장관은 밝혔다. 김 장관은 과거 미군이 백령도의 레이더기지를 보호하려고 기뢰를 부설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설치했는지 기록이 없다”면서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장관은 생존한 일부 승조원과 백령도 기지에서 기뢰 폭발 때 발생하는 ‘물기둥’을 봤다는 진술이 있는 만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해군 전역자들은 폭뢰 폭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해군 중사 출신의 김아무개씨는 “함정마다 1년에 1~2차례씩 하는 폭뢰투하 훈련 때 5개 중 1개는 불발로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며 “유속이 빠른 서해안에선 가라앉은 폭뢰들이 조류를 타고 이동한 뒤 미리 설정한 수심에 이를 경우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외부 폭발일 경우 기뢰탐색함 등의 음파탐색을 통해 절단면이나 바다 밑에 남아 있을 수 있는 폭발체 파편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암초 충돌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김 장관은 “(암초와) 부딪혀서는 그런 지진파가 생기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지만, 홍태경 교수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암초와 충돌을 했다면 지진파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비 미흡에 따른 침수로 하중이 무거워져 배가 갈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암초와 충돌한 뒤 물이 차 두 동강 났을 수도 있다.
손원제 홍용덕 기자, 이근영 선임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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