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곳에 생긴 골절만…급박한 상황 대변
침몰한 천안함 배꼬리(함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 남기훈·김태석 상사의 주검에선 익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여러 곳에 생긴 골절과 상처가 함미에 가해졌을 강력한 충격과 이들이 겪었을 급박했던 상황을 말없이 증언한다.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7일 “함미 원·상사 식당에서 3일 발견된 고 남기훈 상사 주검 검안 결과 총기에 의한 관통상은 없었고, 턱과 팔 여러 곳에 골절이나 찢긴 상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팔다리 등은 물에 불어 있었고, 익사시 관찰되는 코와 입 주변의 거품 등 익사흔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7일 함미 기관조정실 절단면 부근에서 발견된 김태석 상사의 주검에서도 검안 결과 익사흔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8일 “파편에 맞은 상처나 관통상은 없었고, 팔꿈치 골절과 다수의 쓸리거나 긁힌 상처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익사흔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이들이 숨이 멎은 상태에서 물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사인은 익사가 아니라 사고 당시의 충격으로 인한 골절 등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주검 발견 위치가 절단면 근처인 데 비춰, 이들에게 가해진 충격은 한층 직접적이고 강력했을 수 있다. 남 상사의 주검에선 얼굴과 아래 턱뼈, 오른쪽 팔 상박 부분에 골절이, 왼쪽 목과 팔 상박 부분 등에 다수의 찔리고 찢어진 상처가 발견됐다.
이와 달리 강한 물살에 의해 익사흔이 나중에 씻겨나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합조단은 남 상사의 경우 격실에 공기가 남은 상태에서 호흡을 하다가 숨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검안에 참여했던 한 군의관은 “오른 뺨 안에 뻘이 가득차 있었는데, 이는 주검이 발견된 공간 안에 산소가 남아 호흡을 했다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해군 관계자는 “김 상사가 발견된 기관조정실 쪽도 절단면과 가까워 침몰과 동시에 물이 차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해봐야 하지만 가족들이 원하지 않아, 현재로선 어느 쪽으로도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