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수습 장병 내일까지 화장
25일 오전 11시20분 경기 수원시 연화장 화장로 입구. 천안함에서 유도탄을 관장하는 유도장이었던 안경환(33) 중사의 주검이 태극기에 쌓여 운구되려는 순간, 안 중사의 어머니가 관을 끌어안은 채 통곡했다. “애고 불쌍한 우리 경환아, 그냥 이렇게 보낼 순 없어….”
천안함 침몰 한 달인 이날, 연화장에는 안 중사를 시작으로 임재엽(26) 하사, 이상민(21) 병장, 장철희(20) 이병의 주검이 차례로 도착했다. 하지만 이별은 쉽지 않았다.
운구차에서 내린 주검은 화장로에 들어가기 전 5m 남짓한 길을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장병들의 어머니 아버지가 길고 긴 ‘피울음’을 쏟아냈다. 임 하사의 부모는 “가지말라고 가지마…, 재엽아”라며 울부짖었고, 이 병장의 아버지는 “난 어떡하라고 임마”라며 오열하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장 이병 가족은 운구행렬 앞에 주저앉은 채 “너희 엄마 어쩌라고…, 왜 지원을 해가지고…”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주검이 화장로에 들어간 뒤 분향실에는 해군에서 1계급 특진을 추서한 위패와 영정이 놓여 이들의 넋을 기렸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분향실에서는 임 하사의 가족이 평소 임 하사가 좋아했다는 로봇과 음료수 등을 놓고 제삿상을 차렸다. 이 병장의 어머니도 딸기와 사과, 배, 떡 등 미리 준비한 음식을 펼쳐놓으며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먹고 가야지…”라며 아들을 부르고 또 불렀다.
화장로에 들어간 지 1시간35분 만인 이날 오후 1시15분께, 한 줌 재로 변해버린 아들의 봉안함을 건네받은 안 중사의 어머니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듯 “아들아, 우리 아들 어디 갔어…이게 아니잖아”라며 또다시 오열하고 말았다. 이날 하루 연화장 외에도 충남 홍성 추모공원에서는 홀로된 아버지를 놔둔 채 떠난 조진영(23) 하사 등 3명이, 충남 연기군 은하수공원 장례문화센터에서는 다음달 1일 제대할 예정이었던 이재민(22) 병장 등 4명이 각각 화장됐다. 앞서 24일에는 김경수(34) 중사 등 6명이 화장됐으며, 나머지 23명의 주검도 수원 연화장 등 각 화장장에 나뉘어 오는 27일까지 차례로 화장된다.
이날 화장이 끝난 뒤 희생 장병들의 ‘혼’이 담긴 봉안함은 다시 평택 해군 2함대로 떠났고, 길 위에 도열한 해군 동료들은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필승’ 구호로 봉안함을 배웅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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