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진(한나라당) 이광재(민주당)
이계진 ‘강한 여당론’
이광재 ‘인물론’ 맞서
이광재 ‘인물론’ 맞서
29일 강릉시 주문진항은 꽁치잡이가 한창이었고, 입김이 나올 만큼 늦봄의 파도는 서늘했다. 항구에서 만난 ‘40년 어부’ 김상준씨(59)는 “그래도 대통령이 한나라당인데, 도지사도 여당이 돼야지. 천안함 사건 때문에라도 이계진씨 찍어줘야지”라고 말했다.
강릉에서 택시를 모는 이종욱씨(68)는 “시골 할머니들 사이에서도 이광재씨 똑똑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이번만큼은 강릉 민심도 예전처럼 ‘일방적 여당 지지’로 기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강한 여당론’과 ‘일 잘하는 인물론’이 주민들 사이에서도 부딪히는 양상이다.
선거 전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이계진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와 이광재 민주당 후보는 동일한 행로를 밟았다. 이날 두 후보 모두 강릉을 찾아 영동권 민심 확보에 주력한 뒤 30일엔 각각 자신의 ‘정치적 안방’인 원주와 태백·정선·평창으로 넘어갔다.
이유가 있다. 이계진 후보가 앞서던 선거 판세를 이광재 후보가 10%포인트 이내로 맹추격하면서, ‘승부는 태백산맥 동쪽에서 갈린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가 시작된 뒤 도백을 지낸 최각규 전 지사(강릉)와 김진선 현 지사(동해ㆍ3선)는 모두 영동 출신이었으나, 이계진 후보는 원주 출신이다. 여당 공천 경쟁에 뛰어든 9명 중 5명이 강릉 출신이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이광재 후보가 영동 유권자들의 ‘미련’을 파고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영동을 훑는 한편, 현직 단체장으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한 김대수 삼척시장 후보와 황종국 고성군수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이계진 후보는 강릉 출신 도지사 공천 탈락자들을 자신의 선거 캠프에 결합시키고, 시장·군수 공천 불복자들과는 ‘명확한 선긋기’로 영동권 민심 이반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여당 후보를 밀어줬던 영동 표심을 사이에 둔 이계진-이광재 후보 간 ‘지키기와 뺏기 승부’ 결과에 따라 막판 판세가 요동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천안함 사태가 고성과 속초를 비롯한 강원도 내 접경지역 여론 추이에 끼칠 영향도 중요 변수다. 안보불안에 가장 민감한 지역 민심이 ‘북한에 강경한 여당’을 원할지, 남북관계 경색이 초래한 지역경제 악화가 여당의 ‘대북압박 정책’에 비판심리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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