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당선·유력자 인터뷰
‘만년 보수’ 강원도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도지사 선거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데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단일후보인 민병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 민 후보는 2일 “강원 교육의 새 역사가 열릴 것 같다”며 “이번에 승리한다면 그동안 변화를 꿈꿔온 도민 여러분의 승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 후보의 부상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예비후보 등록 때까지만 해도 민 후보의 지지율은 3선 도전에 나선 한장수 후보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판세가 급변했다. 김인희 후보와 ‘진보 단일화’를 이룬 뒤부터 비약적인 상승세를 보였고, 선거 일주일 전엔 ‘1% 살얼음 격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선 9.2% 차이(민병희 41.6%, 한장수 32.4%)로 한 후보를 따돌릴 것으로 예상됐다.
민 후보 쪽은 이런 극적인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 친환경 무상급식과 고교 평준화 실시 공약을 주도한 점이 ‘변화를 원하는 교육 민심’을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한 후보와 그의 교육감 재직 시절 교육국장으로 일했던 조광희·권은석 후보 사이에 ‘보수 분열’이 일어난 점도 민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한 후보 박사논문 표절 의혹은 한 후보의 지지율을 제자리에 묶으면서 민 후보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개인적으로 민 후보와 한 후보는 이종·고종사촌 관계지만, 공적으로 두 사람은 강원 교육에서 가장 대비되는 행보를 보여왔다. 한 후보가 ‘교장-장학관-교육장-교육감’이란 전형적인 교육관료로서 이력을 쌓아온 반면, 민 후보는 평생 평교사로 살았다. 1974년 정선여중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한 민 후보는 춘천여고에 근무하던 1989년 전교조 결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었다. 2002년 제4대 교육위원 선거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이후부터 한 후보의 보수적 교육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그가 당선된다면 전교조 교사 출신 첫 교육감이란 큰 획을 긋게 된다.
민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고쳐나가, 도민들이 진보 교육을 성원하고 지지하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 후보는 “당선된다면 교육현장 전문가와 학계, 시민사회의 전문가들을 모셔 ‘공약추진위원회’를 곧바로 꾸리겠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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