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병석 내정’ 알려지자
소장파 “당이 거수기인가” 반발
소장파 “당이 거수기인가” 반발
한나라당이 10일 발칵 뒤집혔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온 청와대 참모진 퇴진과 대등한 당·청 관계를 보장하라는 소장파 의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직계로 분류되는 포항 출신 3선 이병석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라니까 청와대가 거꾸로 당을 거수기로 만들려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항하겠다.”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 21’ 소속 한 의원은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 의원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한 초선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자 비서실장을 했던 임태희 노동부 장관의 당 대표 출마설이 나돌고, 이제 형님(이상득 의원) 인맥으로 분류되는 이병석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하는 것은 청와대가 당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반대성명을 내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실제 민본 21은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이병석 총장 임명은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도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이병석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는 건 절대 김 원내대표의 뜻이 아니다. 원내대표 경선을 포기하고 자신을 밀어준 데 대한 보답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텐데, 왜 그를 밀겠느냐. 청와대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심하던 김 원내대표는 결국 청와대와 소장파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이병석 의원을 이날 출범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에 내정하고, 사무총장 자리는 당분간 비워두기로 한 것이다. 민본21 소속 한 초선 의원은 “이병석 총장 임명을 저지하기 위해 정말 힘겨운 노력을 했다. 비대위 참여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 핵심 당직자는 “7·28 재보선을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만큼, 결국 비대위에서 이 의원이 사실상 사무총장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방선거 기획 등을 이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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