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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좌로 가는 한나라, 우로 가는 우리당?

등록 2005-06-16 09:35

문닫은 '땅' 14일 오전 경기도 용인 죽전지역 부동산 중개업소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중개업소에 돌리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휴업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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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은 '땅' 14일 오전 경기도 용인 죽전지역 부동산 중개업소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중개업소에 돌리는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휴업하고 있다. 연합 \

부동산 대책 놓고 정반대의 낯선 행태 보여

“공공부분에 한해 이루어지던 분양원가 공개를 이제는 민간부분까지 확대할 시점이다. 부동산시장 안정 차원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6월13일,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

“한나라당이 민간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자고 하는데, 어려운 건설경기를 더 위축시킬 뿐 아니라 집값이 오히려 폭등할 수 있다. 신중해야 한다.”(6월14일, 정장선 열린우리당 의원 고위정책회의에서)

강남과 용인 등 수도권 일대 집값 폭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부동산 대책을 놓고 기존 태도와 딴판으로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오락가락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강력하게 추진해 ‘반 시장적’이고 ‘좌파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으나, 최근 강남 등 집값이 치솟자 “분양원가 공개가 건설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반면 시장주의를 내세워 분양원가 공개에 소극적이었던 한나라당은 “민간부분까지 분양원가를 확대하는 것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황만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이 개혁노선을 버리고 성장주의와 시장주의로 다가가고 한나라당은 분배주의, 반시장주의로 좌향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서로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우리당의 애증…‘개혁정당에 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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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공공부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15대 핵심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총선에서 압승한 우리당은 개혁의 선명성을 부각하기 위해 분양원가 공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정세균 정책위원회 의장(현 원내대표)은 지난 4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요구가 있는 만큼 집권 여당이 선도적으로 공공부문에서부터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미 정부쪽에 이를 촉구해 놓은 상태이니, 7월부터는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여당의 분양원가 공개 방침은 건교부와 경제 부처가 “시장경제 체제에 어긋난다”고 반대하고 나서 당·정간 갈등으로 비화되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주택공사가 사업자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혀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개혁정당과 정책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이미지에 크게 흠집이 난 일이었다.

“분양원가 공개하면 집값 더 폭등”…우리당 ‘건설업계 이익을 대변’?

분양원가 공개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던 우리당은 최근 강남 등의 집값이 폭등하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부동산 거품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민간 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런 시민단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건 한나라당이다.

정장선 의원은 14일 고위정책회의에서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자고 하는데, 어려운 건설경기를 더 위축시킬 뿐 아니라 집값이 오히려 폭등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발언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이익이 줄어든 건설업체가 공급 물량을 줄여 결과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건설업계의 반대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우리당은 부동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하게 ‘부동산기획단’을 꾸렸으나 여기서 내놓을 대안도 성장주의에 매몰되었다는 비판을 듣는다.

안병엽 부동산기획단 단장은 15일 회의에서 “현재의 부동산 폭등은 공급의 원활화를 막는 제한조처로 공급이 막혀 있고, 늘어난 세금이 가격에 전가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라며 “공급을 더 늘려서 가격을 내리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석호 제3정조위원장도 “강남 부동산 가격을 강남 차원에서 푸는 것은 미봉책”이라며 “강남에 못지 않은 주거환경을 가진 주택지를 곳곳에 개발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언론과 건설업계에서 흘러나오는 ‘신도시 개발론’과 판박이 논리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의 부동산 폭등이 공급의 부족이 아니라 투기로 인한 가수요라는 점에서 “신도시 개발이 투기판만 키울 뿐”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강남과 분당새도시 주택수요 분산을 위해 제2의 판교새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위기의 원인을 잘못 진단한 결과”라며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에 대응해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 거품이 확대되어 가격 폭락이라는 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양원가 공개 민간으로 확대”…한나라 ‘우리도 서민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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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은 ‘전향적’이다. 한나라당도 지난 17대 총선에서 공공부분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당 전체가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입장은 분양원가 공개나 전매금지 등이 시장주의에 어긋나는 규제라는 쪽에 기울어 있었다. 그러나, 치솟는 집값에 대한 대책으로 민간 아파트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판교신도시를 공영개발해야 한다는 깜짝 놀랄 부동산 대책을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이같은 부동산 정책은 건설회사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당내 ‘건설통’으로 불리는 김양수 의원이 이끌고 있다. 김 의원은 13일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 아파트로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주택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이를 당론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13일 오후 맹형규 정책위 의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 △투기지역에 한정해 시행중인 분양권 전매금지 전국 확대 △판교 신도시 택지분양 백지화 등을 뼈대로 하는 부동산 정책구상을 내놨다. 경실련 등이 제시한 부동산 개혁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일부에선 이같은 한나라당의 변화를 놓고 “열린우리당보다 더 한 서민정당”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김양수 의원실 관계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당장은 건설업체에 손실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분양가 거품을 빼고 주택시장을 안정시켜 건설업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분양가 완전 공개는 반 시장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 시장적”이라고 말했다.

한나라 “경제논리에 맡겨야” 여전히 다수…당론 확정은 미지수

한나라당의 전향적 부동산 정책이 당론에 반영돼 실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은 17일 국회의원, 부동산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 대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또 다음주 안으로 의원총회을 열어 분양원가 공개, 판교신도시 개발 등 민감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당론을 확정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전히 ‘분양원가 공개 등 인위적 규제보다는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 많다”며 “다만 집값 폭등에 대한 국민 원성이 워낙 높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6월 김양수 의원은 지난 13일 제출한 주택법과 동일한 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해 주택법 개정안에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은 19명뿐이었다. 1년 사이 커다란 인식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분양원가 공개 등 시장 규제정책에 동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최근 국적법 논란에서 보듯, 대다수 서민들이 원하는 정책의 방향을 쉽사리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같은 고민은 정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맹형규 의장의 발언에서도 묻어난다. 맹 의장은 13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분양원가 공개, 전매금지 등의 처방보다는 모든 것을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하루가 지난 14일 정책위 회의에서는 정반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한편, 한나라당 혁신위는 정강·정책에 ‘대기업에 의한 우월적 지위의 남용과 하도급 횡포를 엄단한다’는 내용으로 ‘대기업의 횡포’를 규제하는 조항을 담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친재벌적’이라는 당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노력으로, 최근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한나라당이 당의 노선과 정체성에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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