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전투기 추락 사고 기종
전투기 노후화…부품 돌려막기도
‘사고 단골’ F-5 도입된지 24~36년… 예산 이유로 대체 미뤄져
‘사고 단골’ F-5 도입된지 24~36년… 예산 이유로 대체 미뤄져
18일 동해상에서 추락한 공군 F-5F 전투기 1대까지 합치면, 2000년 이래 추락한 전투기는 20차례 24대에 이른다. 1년에 두번꼴로 사고가 터진 셈이다. 지난 10년 동안 공군 1개 전투비행대대(전투기 20여대로 편성)가 전시도 아닌 평시에 추락사고로 사라진 것이다.
특히 공군 F-5 전투기는 2000년 이후 10대나 추락해 ‘사고 단골 기종’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지난 3월2일에도 강원도 평창에서 F-5E와 F-5F 전투기 2대가 떨어졌다. 3개월 만에 같은 기종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군당국은 유독 F-5의 추락사고가 잦은 이유로 도입된 지 24~36년 된 낡은 기종이란 점을 꼽는다. F-5 전투기의 기본 수명이 30년이라 사용 연한이 넘었거나 다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F-5 계열 전투기를 퇴역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당국은 설명한다. 실제 이 기종의 전투기는 170여대로 전체 공군 전투기의 35%를 차지한다. 이런 탓에 공군은 한꺼번에 이 전투기를 퇴역시키지 않고 성능 개량 작업을 통해 2010년대 후반까지 사용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F-5, F-4 등 퇴역 연한이 넘은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2001년 한국형 전투기(KFX)를 국책사업으로 결정했지만, 예산과 기술 문제로 추진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F-5 전투기는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동종 전투기의 부품을 빼내 다른 전투기에 장착해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슷한 유형의 공군 전투기 추락사고가 빈번히 발생해, 군당국이 예산타령만 하며 사고 예방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당국은 18일 추락한 전투기에서 기체 손상은 없어 보인다고 얘기하지만, 이번 사고 원인이 정비 불량 등 인재로 드러날 경우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투기 추락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 안보 부담 등을 고려하면 군당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사고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군 설명을 종합하면, 10년차 KF-16 조종사 한명을 양성하는 데 90억원, F-5 조종사 양성 비용은 약 42억원, F-4 기종은 75억원가량이 든다. 지난 10년 동안 순직한 조종사 20명의 기종별 양성 비용을 모두 합치면 1050억원가량이 된다. 여기에 전투기 가격을 합산할 경우 손실액만 56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숙련된 조종사들이 민간항공사로 옮겨가는 추세가 심화되는 상황이어서 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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