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열린 제2연평해전 8주년 기념행사가 끝난 뒤 정운찬 총리가 참수리 모형을 둘러본뒤 내려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측근들 “사퇴 않을 것” 우세
일부선 ‘사실상 경질’ 분석도
일부선 ‘사실상 경질’ 분석도
국회가 29일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세종시 수정을 위한 정부의 움직임을 맨 앞에서 이끌어 ‘세종시 총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정 총리는 그동안 주변 인사들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해왔다. 또 이날 표결이 임박해서는 “결과에 따라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는 “나는 ‘세종시 총리’가 아니다”라는 말로 세종시 문제와 자신의 거취를 직접 연결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정 총리는 일단 이명박 대통령이 미주 순방에서 돌아온 뒤 다시 한번 사의를 표하고 재신임을 묻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총리가 이미 한번 사의를 표명했는데, 또 재신임을 묻는 게 공직자의 도리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 순방기간 중엔 국정을 단단히 관리하면서 거취 문제를 깊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리실 주변에서는 지금 정 총리의 거취를 전망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른 한 측근은 “여권의 6·2 지방선거 패배로 세종시 수정안의 부결이 이미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업무에 전념해 달라’고 재신임하지 않았느냐”며 “오늘 부결이 총리 거취에 영향을 끼칠 돌출 변수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총리가 최근 본회의 표결을 통한 세종시 논란의 조기 매듭을 요구하고 다른 국정과제 수행에 전력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기류의 반영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 14일 6·2 지방선거와 관련한 연설에서 “선거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청와대와 정부 쇄신을 강조했을 때 이미 정 총리의 거취도 사실상 경질 쪽으로 결정됐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 여권 내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마당에 ‘세종시 수정안’ 총대를 멘 정 총리를 그대로 두고 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당장 총리 교체에 나설 경우 문책성 인사로 비치는 점을 고려해 교체시기를 저울질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전망이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이 세종시 처리를 국회에 넘긴 이상 표결 결과에 따른 총리 등 내각 개편은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글 손원제 이정애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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