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원제안 거절…‘정권심판론’ 사전차단 포석
‘더 낮은 자세로 은평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습니다.’ ‘은평 발전을 위해 제 전부를 바치겠습니다.’
장맛비가 쏟아진 2일 은평구 대조동·역촌동 일대 재래시장을 찾은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런 문구가 새겨진 두 종류의 명함을 건네며 부지런히 상인들의 손을 맞잡았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지역 사무실도 사실상 폐쇄했다. 전화를 받은 여직원 한명을 뺀 모두에게 “바깥으로 나가는 게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사무실 출입을 금지했다. “당에서 나를 찾아와야 시간만 빼앗긴다”며 한나라당의 선거운동 지원 제안도 거절했다고 한다.
‘나홀로 선거’를 치르려는 그의 이런 선택은 나름의 정치적 승부수로 풀이된다. ‘정권심판론’을 내건 민주당 등 야권이 ‘이재오 저격’을 위한 야권단일화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은평을 선거가 전국적인 쟁점으로 떠오르는 게 이 전 위원장에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은평을 재선거를 ‘엠비의 남자’가 아닌, ‘지역 발전의 대변자 이재오’로 치르는 게 최선의 선거 전략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 전 위원장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판이 벌어지면 지역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며 “중앙당이나 외부인사의 지원은 사양하고 철저하게 혼자서, 정말로 외로울 만큼 혼자서 은평구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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