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착공 뒤 석달만에 개발
시공사 준설량 보고에 의존
전문가 “정확한 예보 어려워”
시공사 준설량 보고에 의존
전문가 “정확한 예보 어려워”
‘4대강 살리기’ 공사 때문에 새로 도입된 홍수예보시스템의 실효성이 논란을 낳고 있다. 단 석달 만에 홍수모델이 급조된데다, 유속·유량 등 과거 경험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수예보는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의 홍수통제소가 담당하고 있다. 각 통제소는 강 주요 지점에 설치된 관측기에서 유속·유량·수위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은 뒤, 과거에 축적된 하상(강 바닥)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홍수모델을 돌려 주요 지점의 수위와 유량 등 홍수를 예보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4대강 공사가 착공된 뒤, 기존의 홍수예보시스템은 쓸모가 없어졌다. 강 상류에서부터 하류까지 전구간에서 준설공사가 진행돼, 전국의 강바닥이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구간 동시 하천공사도 유례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의 홍수예보시스템 운영도 외국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월 국토해양부는 뒤늦게 새 홍수모델 개발에 나섰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난 2월8일 ‘홍수예보시스템 구축 및 개선’ 용역을 건설기술연구원에 맡겼고, 4월30일부터 ‘공사기간 홍수예보시스템’을 4대강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석달 만에 홍수모델을 만든 것이다.
더욱이 새 홍수예보시스템은 정부 주도의 하천 조사결과와 과거 관측자료가 아니라 민간업체인 시공사 보고에 의존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시공사가 매주 강 우안과 좌안, 중앙의 준설량을 국토해양부에 보고하면, 홍수통제소가 이를 받아서 홍수예보시스템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얘기지만, 이렇게 홍수예보를 하는 나라는 없다”며 “공사장에 쌓인 적재물과 준설토 등 공사구조물도 반영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 하상 단면이 전구간에서 달라졌기 때문에 애초에 홍수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정식 의원실(민주당)의 윤상은 보좌관은 “홍수예보는 과거 경험치를 토대로 나오는데, 전구간 하상 단면이 일시에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참고할 데이터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홍수모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4대강 공사 이전에는 과거의 상류 유량, 유속 데이터를 토대로 특정 지점에 언제 얼마만큼의 강물이 지나갈지 예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과거 기록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예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도 과거 기록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특히 8개 보가 건설돼 하상 변화가 심한 낙동강의 경우, 새 홍수예보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양수 한강홍수통제소 하천정보센터장은 “낙동강은 특수상황이긴 하지만 각 강마다 수십명의 전문인력이 일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새 홍수예보시스템의 정확성에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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