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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차마 천안함 유가족 얼굴 볼 수 없었다”

등록 2010-07-30 16:43수정 2010-07-30 18:11

천안함 함미 수색 현장으로 향하고 있는 ‘119심해특수구조대’ 대원들.
천안함 함미 수색 현장으로 향하고 있는 ‘119심해특수구조대’ 대원들.
‘119심해특수구조대’ 박청웅 대장·이기원 대원
절단면 수색작업 중 로프에 얽혔던 기억 ‘아찔‘
“물 속에 두 번째 들어갔을 때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구명보트’라고 쓰여있어 구명정 있던 자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글자가 똑바로 있는걸 보고 배가 기울어진 게 아니라는 걸 확인했죠.”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했던 ‘119심해특수구조대’ 이기원 대원은 당시 물 속에서 보았던 모습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잠수를 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함미가 어떻게 돼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 “배가 똑바로 앉아 있다”는 이 대원의 말은 인양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

소방방재청 산하에 있는 중앙119구조대는 천안함 함체 수색을 위해 ‘119심해특수구조대’를 구성했다. 천안함 함수와 함미가 있는 곳에 들어가려면 40미터 이상 심해잠수 능력을 갖춘 대원들이 필요했다. 중앙119구조대는 이기원 대원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전문 잠수 능력을 갖춘 SSU 출신 대원 41명으로 구조대를 편성했다. 선발대는 헬기를 타고 곧바로 백령도로 출동했고, 후발대는 인천에서 대기하다가 배를 타고 백령도로 향했다.

천안함 함미 수색을 맡았던 ‘119심해특수구조대’를 총괄 지휘했던 박청웅 중앙119구조대 대장.
천안함 함미 수색을 맡았던 ‘119심해특수구조대’를 총괄 지휘했던 박청웅 중앙119구조대 대장.
‘119심해특수구조대’가 백령도에 도착한 날은 조류가 가장 센 사리 때였다. “정조 시간이 짧아서 30분도 안돼 물살이 바뀌었습니다. 둘째 날도 조류가 너무 세서 내려가기도 힘들고 올라오기도 힘들었습니다.” 119심해특수구조대를 총괄했던 박청웅 중앙119구조대 대장은 당시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함수 쪽은 UDT에서 전담하고, 함미 쪽은 SSU와 119심해특수구조대가 맡았다. 박 대장 일행은 첫 날 함수로 갔다가 실종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다음날 함미로 갔다.

천안함이 침몰한 백령도 앞바다는 물살이 잠잠해지는 정조 시간대가 야간을 제외하고 하루에 2번 정도 있다. 그 2번의 기회에 3개 팀이 번갈아 가며 1시간 정도 수색작업을 펼쳤다. 파도와 너울이 많이 칠때는 배가 제대로 지탱을 못해서 군 특수부대원들도 물속에 제대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기원 대원은 조류가 좀 세더라도 파도가 잔잔해질 때를 기다려 물 속에 들어갔다. “3번 들어갔는데, 한번 들어갈 때 마다 25~35분 정도 있었습니다. 물살이 너무 세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죠.”

이 대원의 첫 임무는 함미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카메라 없이 한바퀴 수색했고, 두 번째는 카메라로 함미 상태를 찍었습니다. 세 번째도 수색 목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물 속을 미리 내려 놓은 로프를 잡고 내려갔다. 백령도 해역은 세계에서 3번 째로 물살이 빠른 곳이다. 로프를 놓치면 수십미터까지 떠내려가 실종될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함미 갑판까지 수심이 45미터였는데, 30센티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기원 대원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연기투시 렌턴과 비슷한 수중 렌턴으로 1미터 정도 시야를 확보했다.

‘119심해특수구조대’ 이기원 대원이 천안함 함미 수색을 하기위해 잠수 채비를 하고 있다.
‘119심해특수구조대’ 이기원 대원이 천안함 함미 수색을 하기위해 잠수 채비를 하고 있다.
“물속에 들어가서 함미를 반 바뀌 돌고 올라오면 35분 정도 걸렸습니다. 찢어진 부분은 보이는데 안까지는 보이지 않았죠. 수중 카메라로 함미 둘레를 돌면서 함미 모습을 찍었습니다.”

백령도의 낮은 수온과 빠른 조류는 수색작업을 어렵게 했다. 수온이 16도 정도 되는 곳에서 20분 정도 노출되면 호흡량도 굉장히 가빠지고 잠수병에 노출될 수 있다. 10미터마다 1기압씩 떨어지는데, 공기 소모량에서 차이가 난다. 10미터에서 열 호흡을 한다면 50미터는 한 호흡밖에 못한다. 심해 잠수는 최소 5미터에서 5분 이상 몸 상태를 정상으로 만들어서 올라오지 않으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수색작업을 한 대원들은 챔버에 들어가 감압을 해야하는데 너무 추워서 수면에 올라와 감압을 했다. 이기원 대원은 선저까지 수심은 60미터 정도 됐는데, 그 곳까지는 내려 가지는 않았다. 계획 없이 더 아래까지 내려가면 올라올 때 감압을 할 수 없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원은 “물 속에서는 페닉이 가장 위험하다”고 했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고 해도 호흡이 흐트러지고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위험했던 순간도 있었다. 절단된 곳에 들어갔는데 부유물이 떠서 로프하고 얽혔다. 이기원 대원은 “그때는 정말 섬뜩했다”고 회상했다. 렌턴으로 파트너에게 ‘얽혔다,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 겨우 위험을 모면했다.

수색 현장에서 ‘119심해특수구조대’를 지휘했던 박청웅 대장은 “대원들이 물속에 들어갈 때는 피가 마른다”고 한다. 그는 “밖에 있는 사람이나 물 속에 있는 사람이나 생각이 똑같다”면서 “잠수 계획을 분단위로 철저히 짜는데, 정확히 시간을 지켜 35분만에 올라왔을때 대원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고 했다.

박 대장은 수색작업을 하는 동안 광양함에서 희생장병 유가족들과 함께 지냈다. 수색 작업보다 유가족들을 대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제대로 그들을 쳐다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사망했다고 판단하기도 그렇고 살아있다고 함부로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그랬습니다.” 박 대장은 임무수행과 대원의 안전 사이에서 갈등을 많이 느꼈다. 실종자 가족들이 4월3일 수색 작업 중단을 요청했을때 “유가족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당시 심경을 고백했다.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남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헌신하는 구조대원들. 어머니, 부인, 딸 세 명이 모두 물에 빠져서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과연 누구를 먼저 구할까. “답을 못하겠습니다. 닥치는 대로 구해내야죠, 누굴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안들죠.”(박청웅 대장) “저도 답을 못 내리겠습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이기원 대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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