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관심끄는 ‘안원구 녹취록’
“당시 청장내정 백용호 지시”
전직 감사관 녹취록도 나와
청와대 개입 가능성 내비쳐
“당시 청장내정 백용호 지시”
전직 감사관 녹취록도 나와
청와대 개입 가능성 내비쳐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 이른바 ‘안원구 녹취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안원구 전 서울청 세원관리국장 사퇴 압박 과정에 이 후보자는 물론이고 백용호 전 청장도 개입했다는 증언이 담긴 새로운 녹취록이 최근 공개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이 후보자의 ‘월권’ 논란을 넘어 안 국장 사퇴 압박 과정의 ‘윗선’ 개입 여부와 배경으로 옮겨갈 태세다.
■ 사퇴 압박에 ‘윗선’ 의지 담겼나? 우선 안 전 국장 사퇴 압박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16일 “(안 전 국장 사퇴 압박과 관련해)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은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의 지시를 받고 있다”는 전직 감사관의 증언이 담긴 새로운 녹취록을 단독입수해 보도했다. 지난해 7월14일과 15일 이틀간 안 전 국장과 전직 감사관이 나눈 대화가 기록된 이 녹취록에는 “지금 하는 조치(사퇴 압박)는 위에서 하는 것”이라며 “세 분의 생각이 같은 것 같다”는 전직 감사관의 증언이 담겨 있다. ‘세 분’이란 백용호 당시 국세청장 내정자와 허병익 당시 차장, 이 후보자를 가리킨다. 이 녹취록에 담긴 증언이 사실일 경우 안 전 국장 사퇴 과정에는 이 후보자와 백 전 청장을 넘어서는 정권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실제로 이 감사관은 지난해 공개된 녹취록에서 “안 국장님에 대해서는 청와대를 포함해 우리 정부 전체에서 어느 정도 판단이 이루어진 거거든요”라고 말해,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가 정권 핵심의 뜻을 받들어 ‘해결사’로 나선 상황일 수도 있는 셈이다.
■ 왜 ‘안원구 사퇴’ 종용했나? 쟁점은 자연스레 안 국장 사퇴 압박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로 연결된다. 지난해 가을 국세청이 안 전 국장을 공식 파면한 이유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기업들에 부인이 운영하는 화랑을 통해 그림을 사도록 강요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서울청장 신분임에도, 본청 감찰조직을 사실상 ‘지휘’하며 안 전 국장의 사퇴를 몰아붙였다는 ‘월권’ 시비에 휘말려 있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안 전 국장의 사퇴를 강요한 숨은 배경이 있느냐 여부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은 공식적으로는 감찰 결과 안 전 국장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고, 청장 공백기를 맞아 허병익 당시 청장대행(차장)과 이 후보자가 협의하면서 이 문제를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 후보자가 또다른 대구·경북(TK) 인맥의 대표주자였던 안 전 국장을 집중 견제했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행시 26회로 공직에 입문한 안 전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까지도 이 후보자(24회)보다 훨씬 앞서 승진가도를 달렸다.
대구청장 재직 시절이던 2007년 가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봤다는 안 전 국장 주장의 사실 여부도 논란거리다. 특히 안 전 국장은 한 월간지가 이런 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후보자가 평소 친분이 있는 전직 국정원 직원까지 동원해 입막음에 나섰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직원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쪽 인사와 연결돼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한 비밀문서를 유출한 것으로 지목된 장본인이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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