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땐 무법지대 될수도”
다음달 14~15일 전세계 26개 재외공관에서 치러지는 ‘모의 재외선거투표’를 앞두고 국외 한인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모의투표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모의투표가 실시되는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나라들에선 해외 표심을 확보하려는 국내 정당들과 현지 후원조직들이 경쟁을 벌이면서 국내 정치에 대한 교민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정치 과열현상으로 교민사회가 갈등의 골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6면
추정 유권자가 10만명이 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에는 이미 지난여름부터 국내 주요 정당의 외곽조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난 7~8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각각 지지단체인 ‘세계한인 민주회의’ 발기인대회를 열었고, 한나라당 쪽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인 ‘뉴 한국의 힘’이 지난달 30일 로스앤젤레스 지부를 발족시켰다.
중국에서는 일부 한인들이 국내 정치권과 연결돼 지방의 한인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등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한인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정당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관리하는 책임을 소속 의원들에게 할당해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 간부는 “각 당마다 지역 한인회를 중심으로 사조직과 비슷한 개별 모임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교민사회가 갈등하면서 민망한 모습을 보일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냉전시대의 대립을 경험했던 일본에서는 최대 교민단체인 민단이 국내 주요 정당에 ‘엄정중립’ 방침을 통보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 투표는 선거법 위반 단속과 조사가 어려워 ‘불법 선거운동의 무법지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사조직을 통한 불법 선거운동 등 선거법 위반 사례를 어떻게 적발할지, 고발이 들어와도 어떻게 조처할 것인지 어려움이 많다. 유관부처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국외에서 사용된 선거비용을 선거법에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베이징 워싱턴 도쿄/박민희 권태호 정남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