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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음향대포’ 들어본 강희락 전 청장 “이건 안돼” 자리 떠

등록 2010-10-07 17:42수정 2010-10-07 18:06

국산 음향대포 직접 맞아보니…
(※소리가 매우 큽니다. 음량을 낮춰서 들어보세요.)

국산 지향성 음향장치 개발자인 이신렬(40) 박사가 경찰의 ‘음향대포 도입 과정’의 전말을 공개하고 나섰다. 이 박사는 5일 서울 강남구 방배동 ㈜에스엘오디오랩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지난 3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경찰 내부 시연회를 했는데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공격음을 내보라’, ‘더 세게 틀어보라’고 요구한 반면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은 공격음을 잠시 듣고는 ‘이건 안돼, 됐다’며 손사레를 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며 “조 청장은 누구보다 공격용 음향대포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박사가 경찰의 연락을 받은 것은 1월이었다. 당시 동대문기동단 장비계 관계자는 그에게 “지금 가진 스피커는 소리가 퍼져 대형 집회시 안내 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방송용 차량에 부착할 지향성 스피커를 시연해달라”고 요청했다. 3월5일 잠실 한강 둔치에서 경찰이 보유한 기존 방송차와 이 박사가 개발한 지향성 음향장치 ‘쇼크웨이브’의 성능 비교 시연회를 열기로 했다. 이 박사는 “막상 시연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미국 에이티시사의 지향성 음향장치 ‘앨라드’가 공격용 모드로 시연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예고없이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참석해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방송용 시연’에 맞춰 출력이 낮은 스피커를 준비해간 이 박사는 “공격음을 내보라”, “더 세게 틀어보라”는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재촉에 당황했다. 그는 “애초 시연을 요청했던 동대문기동단 관계자는 내게 ‘갑자기 청장님이 방향을 바꿔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 했다”고 말했다.

 5월6일 시연회가 한 차례 더 열렸다. 이번에는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150데시벨의 공격음을 내보내라”고 요구했다. 100미터 전방에서 공격음을 듣던 강 전 경찰청장은 50미터 부근까지 걸어오다가 “이건 안돼, 됐다”라고 말하며 손사레를 치며 자리를 떠났다. 이 박사는 “강 전 경찰청장에게 장비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준비를 해갔는데 그가 갑자기 가버려 다들 어쩔줄 모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의 반대로 ‘공격용 음향대포’ 도입이 어려워지자 다시 동대문기동단 차원의 ‘방송차량용 스피커’ 도입이 추진됐다. 이 박사는 출력을 낮추고 차에 부착할 수 있는 크기의 장비 개발에 돌입했다. 하지만 8월30일 조현오 경찰청장이 부임한 후 모든 상황은 되돌아갔다. 9월28일 경찰은 “공격용 음향대포를 도입하겠다”며 ‘경찰 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의 개정에 나섰다. ‘공격용 음향대포 시연회’에 참석하라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이 박사는 마음을 접었다. 이 박사는 “좋은 칼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른데 장애물이 가득한 도심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150데시벨이 넘는 공격음을 내보낼 것을 생각하면 내 제품을 공급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일 조달청을 통해 지향성 음향장비 입찰공고를 내며 “방송용으로만 쓰겠다”고 했지만 이 박사는 “150데시벨 이상 출력 가능한 공격용 미국산 음향장비를 사려고 하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에서 음향공학을 전공해 2005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난해 ‘국방과학기술조사서 및 기술수준조사 전문위원’으로 위촉됐다. 미국, 이스라엘 등 외산 장비만 구입해 사용하던 민방위 사이렌 시스템을 연구해 무지향성 음향장비를 국산으로 대체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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