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한국송유관 폭발, 누가 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불과 8일 앞두고 예멘 샤브와주에서 한국석유공사가 운영중인 송유관 폭발 사고가 터지자, 정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며 사고 경위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3일 155개 전 재외공관에 대해 국제테러 가능성에 대비한 경계태세를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외신 보도를 보면, 알카에다가 이번 송유관 폭발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현지 분위기도 알카에다의 소행에 좀더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현장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됐다고 밝히면서도, 알카에다가 이번 폭발사고의 배후 세력인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3일 “아직 알카에다 소행인지는 확인된 게 없다”며 “알카에다로 몰아가는 것은 너무 (사건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알카에다 연루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이번 사건이 주요 20개국 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알카에다의 조직적인 테러로 보기엔 규모도 작고, 어설픈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알카에다가 정치적인 파장을 노렸다면 송유관 파괴 정도로 그치지는 않았으리라는 지적이 많다.
송유관 화재도 기름이 새기 시작한 지 한참 뒤에 일어났다. 초기 폭발이 그리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안범희 석유공사 유럽중동생산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시각으로 오후 2시 누유(기름이 새는) 사고가 현지 사무소에 접수됐다”며 “화재가 발생한 것은 오후 8시30분쯤으로, 폭발에 의한 화재는 아니고 샌 기름을 회수하는 작업중에 난 화재로 본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공사현장 취업을 요구하며 무력시위를 벌여온 지방부족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용인 황예랑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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