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피해 김종익씨 관련내용 촘촘
기업 회장·기획사 등 대상도 다양
기업 회장·기획사 등 대상도 다양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7일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들의 메모에는 광범위한 사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트로트 가수 사찰과 관련된 권중기 경정의 메모 앞머리에 ‘ㅁ사 회장’ 이라는 기록이 눈에 띄었다. 경남지역에 본사를 둔 지방기업 ㅁ사 회장과 가수 및 기획사 사찰 사이에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의 경우 총리실은 김씨가 민간인 신분이지만 촛불 집회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정치적 이유로 사찰했다. 김씨가 개인 블로그에 정부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연예인 성폭행 사건에 정치적 맥락과 의미를 연결짓기는 쉽지 않다. ㅁ사 회장, 사찰 당한 가수, 기획사 임직원 가운데 누군가 정치권과 ‘끈’이 있기에 총리실이 나섰다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총리실이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를 얼마나 집요하게 사찰했는지를 보여주는 흔적도 많았다. 권 경정과 원 전 조사관의 수첩에서 모두 김씨가 운영하던 ‘케이비 한마음’(이후 명칭 엔에스 한마음)이라는 기록이 자주 보였다. 권 경정의 수첩에 ‘9월말경 4인(사람)이 함께 외근후 귀청하다가 갑자기 어딘가로 가다(제가 운전)-아마도 KB한마음’이라고 기록돼 있다. ‘동자꽃 골드앤와이즈(goldandwise)’라는 메모도 눈에 띈다. ‘동자꽃’은 김씨의 다음 포털 아이디이다. ‘골드앤와이즈’는 또다른 누리꾼의 아이디로 추측된다.
원 전 조사관의 수첩에도 이미 언론에 공개된 ‘비에이치(BH·청와대) 지시사항’ 외에 사찰 정황이 곳곳에 있었다. 수첩엔 ‘KB한마음’이라는 단어 옆에 김종익씨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촘촘하게 적혀 있다.
특히 ‘건보, 총무상임이사 인력관리실장’이라는 메모 등 김종익씨 회사 임직원과 관련자의 실명과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이날 “원 전 조사관 수첩에 김종익씨 회사인물 정보가 가득하다. 어떻게 총리실이 영장도 없이 이런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영장을 청구할 수 없는 총리실이 불법적으로 민간인의 주소와 연락처를 수집했다는 취지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영장 없이) 민간인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장관님께, 국감 초반 김빼기 논란→당연한 거 아니냐’라는 대목도 보였다. 대통령령인 ‘국무총리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를 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주요 업무는 공직기강 확립과 사기 진작 등으로 한정된다. 이 메모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 국정감사 대응 등 청와대의 활동을 포괄적으로 다룬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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