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정치 이 장면] ⑦
한 사람만 웃었다. 나란히 선 경쟁자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거나, 허탈함을 달래듯 지그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지지자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손학규(가운데) 민주당 대표 당선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민주당은 승리의 의지를 전 국민에 확인시켰다. 지금 이 순간, 민주당의 당원임이 자랑스럽다.”
10월3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2기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손 대표는 21.3%의 지지를 얻어 막판까지 경합했던 정동영(왼쪽)·정세균(오른쪽) 후보를 제치고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쥐었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고비마다 그를 괴롭혀온 ‘정치적 양자’의 꼬리표를 떼는 순간이었다. 손 대표의 당선에는 경쟁력 있는 ‘비호남 대선주자’를 갈망해온 호남의 선택이 결정적이었다. 그의 경선 전략 역시 처음부터 ‘대선주자 손학규’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맞춰졌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세균 전 대표가 이끌던 주류 세력(486+친노+관료출신)은 주도권을 상실했고, ‘반정세균’ 깃발 아래 뭉친 비주류 쇄신연대는 4명의 최고위원(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을 당선시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했다. ‘당권파 486’과 거리를 둔 채 일관된 진보노선을 걸어온 ‘원외 486’ 이인영 후보의 4위 입성 역시 주목할만한 사건이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절대강자가 없는 상태에서 손 대표를 중심으로 거대 여당에 맞선 싸움을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지도부에 포진한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활력소로 작용하느냐, 아니면 분란을 재촉하느냐에 따라 당의 명운이 엇갈릴 것 같다.
글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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