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참모진이 배석한 가운데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신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복지 포퓰리즘’ 발언 파장
‘맞춤복지’ 언급…여 ‘복지노선’ 지원
박근혜쪽 “복지 보혁대결 안돼” 경계
오세훈쪽 “강력한 우군 얻었다” 환영
‘맞춤복지’ 언급…여 ‘복지노선’ 지원
박근혜쪽 “복지 보혁대결 안돼” 경계
오세훈쪽 “강력한 우군 얻었다” 환영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신년연설에서 ‘보편복지론’을 국가 재정을 망치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맞춤형 복지론’을 언급하면서 무상급식, 영유아 무상예방접종, 기초노령연금 소득하위 80% 확대 등 보편복지를 주창해온 민주당 등 야권의 구체적 정책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보편 복지=부자 복지=재정 위기’라는 논법을 사용하며 야권의 복지 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많은 나라의 예가 보여주듯이 복지 포퓰리즘은 재정 위기를 초래하여 국가의 장래는 물론, 복지 그 자체를 위협한다”,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 돈을 쓰느라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가로 막는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선별복지론으로 2012년 대선의 주요 화두로 등장한 ‘복지 담론 전쟁’에 직접 뛰어드는 모양새여서 이 문제를 두고 앞으로 야권과 직접 맞설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여권 잠재적 대선 주자들에게서도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맞춤형 복지론’은 언뜻 보면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론’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복지기본권 개념을 도입한 ‘한국형 복지론’을 주창해온 박 전 대표 쪽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선악으로 구분하지 않고, 시각의 차이에 따른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재정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비판할 수 있으나 보편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워 복지 논쟁을 보혁 대결로 이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복지를 바라보는 철학적 인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 쪽은 “강력한 우군을 얻었다”며 적극 환영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무차별적 복지,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해치는 망국적 복지포퓰리즘에 맞서 외롭게 싸웠다”며 “보수 진영에 불리할 수 있는 ‘선별적 복지론’이 대세를 형성하는 데 이 대통령의 연설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국가 재정으로 무차별적인 혜택을 베풀어서 인기나 환심을 사는 것을 지양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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