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책임론' 등 정부·청와대에 화살
"백지화 바람잡이" 당 지도부도 비판받아
영남 의원 '이 대통령 탈당' 요구는 잠복
"백지화 바람잡이" 당 지도부도 비판받아
영남 의원 '이 대통령 탈당' 요구는 잠복
들끓는 여당 어디로
한나라당은 31일 하루 동안 벌집 쑤신 듯 들썩였다.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선언 후폭풍 속에, 박근혜 전 대표의 비판 발언까지 나오면서 불 위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였다. 당에선 사태 수습 방안으로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책임자 문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수위를 놓고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당내 여러 인사들은 이날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표적은 대형 국책사업에 안이하게 대처한 정부 쪽으로 모아졌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그 ‘1차 책임자’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지목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타당성 조사에서 이미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났는데도 역대 정권에서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제시하고, 2008년 9월, 30대 광역 선도 프로젝트로 다시 선정하는 우를 또다시 범한데다, (입지) 선정 기간을 길게 끌면서 문제를 확대시켰다”는 게 이유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대통령의 공약을 작성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정책 결정의 기회를 놓쳐 혼란을 가중시킨 정책 책임자도 문책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 장관 선에서 ‘끊고’ 갈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 장관이 전세대란 등의 책임으로 이미 개각 대상에 올랐던 만큼, 문책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선 그동안 권력투쟁 논란과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으로 문제가 돼왔던 청와대 참모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대통령을 모시는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의 잘못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친이계 정태근 의원도 “청와대 참모들이 정책 실기를 반복하는 등 참모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진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에 정확한 지역 민심을 전달해야 할 당 지도부가 오히려 백지화 결론을 도출하는 ‘바람잡이’ 노릇을 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나 정부가 정치적으로 정해놓은 잘못된 방침을 당 지도부가 총대 메고 들러리 서는 역할밖에 안 했다”고 비판했다. 이한구 의원도 “당이 낸 공약을 뒤엎으려고 하는데 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그러면 되느냐”며 “청와대 눈치만 보고, 들러리 서는 식으로 오히려 바람잡이 식으로 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당 지도부로 앉히느냐”고 말했다.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터져나왔던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는 ‘확산’보다는 ‘잠복’ 쪽으로 기울어진 분위기다. “대통령을 때려서 당에 득이 되는 게 뭐냐”는 것이다. 여기엔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한 여론이 영남권을 제외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점도 고려된 것 같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성난 영남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 대통령이 1일로 예정된 기자회견에서 백지화에 대한 ‘해명’보다는 ‘진솔한 사과’를 하고, 보완 대책 마련으로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이지은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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