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회견서 박근혜 발언에 대한 입장 묻자
“공약 못지켜 안타깝고 송구”…“문책성 인사 없다” 밝혀
“공약 못지켜 안타깝고 송구”…“문책성 인사 없다” 밝혀
이명박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관련, 유감을 표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때) 공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약을 한 사람이 공약을 다 집행할 수는 없다”며 “집행해 보려고 타당성을 조사하고 면밀히 기술적으로 검토를 한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국가발전을 위한 대국적인 결단이라고 이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전국토의 지역발전을 수도권에 비교해서 균형되게 발전하는데 전력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신공항 백지화, 독도문제, 남북관계 등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탈당 요구에 대해 “탈당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 화가 나신 분들이 하는 말”이라며 “막말을 피하면서 우리가 서로 힘을 합쳐서 지역발전에 매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신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한겨레> 기자가 대통령의 입장을 묻자 “지금 한겨레 신문이죠?”라며 “박 전 대표와 관계는 너무 그렇게 볼 필요없이 선의로 보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어 “이 문제를 가지고 크게 마찰이 생겼다, 충돌이 생겼다, 이렇게 보도는 한겨레신문에서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한나라당내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분열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한 문책성 인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 관련) 최종 종합보고를 받고 제가 결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내각이나 청와대 문책성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인사를 할 수 있지만 인사가 잦으면 글로벌시대에 상당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쇄신한다는 등의 이유로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독도 교과서 검정 문제를 비롯해 남북 정상회담 등 여러가지 현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일본 독도 교과서 검정 문제와 관련해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천지개벽이 일어나더라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밝혔고, 일본 교과서 문제와 관련해선 “일본이 미래로 나가기 위해 말과 행동을 일치해 달라는 요구를 (정부가) 끊임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한의 진정성이 보여야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은 작년부터 언제든지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적으로 계산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그 다음에 서로 경제 협력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남북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도중 대통령의 품격에 벗어난 발언도 일부 지적됐다. 이 대통령은 “잘못된 남북관계를 제자리에 갖다놓은 다음에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잘못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하면 되겠나? 만날래? 안 만나면 한번 또 치겠다. 이것이 무엇인가, 치는 것이 겁이 나서 만나나?”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국방개혁 논란과 관련 “신무기를 구입해 우리가 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무장을 하는 국방개혁 또한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작전”이라며 “국방부장관을 중심으로 연내에 (국방개혁이)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특별기자회견에서 사전원고 없이 3분 가량 모두 발언을 했다. 이후 출입기자 7명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37분 동안 진행됐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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