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8일 오전 강원 고성군 간성읍 고성군청에서 군청직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악수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4·27 재보선 강원지사 후보들 동행르포]
양구·고성·속초 간 엄기영, 험악한 지역 민심 확인
“내 강점은 진실성” 피력…“강원도 소외” 항의 받아
양구·고성·속초 간 엄기영, 험악한 지역 민심 확인
“내 강점은 진실성” 피력…“강원도 소외” 항의 받아
6일 아침 일찍 선거대책본부가 있는 춘천을 출발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 양구를 거쳐 고성, 속초로 움직였다. 춘천 출신 영서 후보 간 경쟁 구도에서 승부처로 떠오른 영동 공략에 나선 것이다.
8시20분, 양구군 학조리 선산을 찾은 그는 부친의 수목장 나무 앞에 당이 준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후보 공천장을 올렸다. “아버님께서 제가 공직 나서길 그리 원하셨죠. 제가 공직에 나서 강원도민, 고향 위해서 아버님 뜻대로 제 삶 바꿔 보려고 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님 제 뜻을 받아주시옵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힘 주십시오. 꼭 해내겠습니다.”
선산 아래서 못자리를 정리하던 마을 주민들은 “유명한 분이 오셨다”고 반겼다. 한 촌로는 “예전에 엠비시를 방문해 받은 탁상시계도 매일 보고 있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 그가 마주한 강원도 민심은 녹록지 않았다. 드넓은 강원, 도민들의 말마따나 “철저히 소외된” 땅이었다. 지역 홀대에 대한 박탈감,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도 곳곳에서 표출됐다.
10시, 고성군 의회를 찾은 엄 후보에게 문영호 군의회 의장은 “한나라당이 시골이라고 막 밟아도 되냐”고 목청을 높였다. 군청에서도 쓴소리가 터졌다. 황종국 고성군수는 “지켜진 약속이 없어 여당에 대한 고성군민의 반감이 크다”고 말했다. 고성군이 의정연수원 유치를 위해 지역의 자랑인 금강송을 국회에 심었는데, 양해각서 체결 3일 전 수포로 돌아간 걸 겨냥한 것이다. 엄 후보는 “잘하겠다. 군수 입에서 웃음 나게 하겠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점심때 들른 거진읍 거진시장의 민심은 더 차가웠다. 이곳 상인 염수정(70)씨는 “2만 거진읍 인구가 6천~7천명으로 줄었다. 폐쇄된 행성을 도는 은하철도 999가 만나는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는 허왕식(63)씨는 “예전엔 직장인보단 많이 벌었는데, 이제 하루 매출 10만원 넘기기도 힘들다. 막노동 일자리도 없다”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엄 후보도 이런 지역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는 한나라당 후보경선 때 “임기 중에 일자리를 30만개 확충하고 인구를 늘려 200만 강원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한나라당 입당 35일째, 강원지사 후보로 확정된 지 이틀째 되는 이날, 그는 민심 달래기 바빴다.
거진시장 한 김밥집. 기자들과 간단히 점심을 먹던 그는 작심한 듯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부나 한나라당이 도민에게 할 말이 없다. 정부와 여당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그는 입술을 깨물며 “한나라당 잘못을 과감히 얘기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고성군 의정연수원 유치 실패,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는 동서(춘천~속초) 고속화 철도, 원주 첨단의료복합단지 제외 등 굵직한 도내 현안이 잘 풀리지 않은 이유를 정부·여당에서 찾는 듯했다.
오후에 들른 속초시청에선 그나마 힘을 주는 말들이 터졌다. 민원실을 찾은 고인숙(54)씨는 엄 후보에게 “지난번엔 이광재를 찍었지만 이젠 동서고속철 문제도 있으니 힘 있는 여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인사를 하고 싶다”고 달려드는 주부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민심은 아직 동요하는 듯했다. 속초의 한 시민은 “엄기영 후보는 알지만 상대 후보는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속초 거주 22년, 거리 핫도그 장사를 한 지 11년인 그는 그러면서도 알 듯 모를 듯 되뇌었다. “당선되기 위한 약속을 하는 이가 아니라, 약속한 걸 지킬 수 있는 이를 뽑겠다.” 그러나 엄 후보는 승리를 자신했다. “내겐 진정성이 있다. 정부 약속, 공언한 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한나라당이 잘못되면 과감히 얘기할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지만, 진정성을 무기 삼아 정부 여당을 상대로 강원도를 대변하고 허한 박탈감을 희망으로 채워주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실행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마지막을 내가 끌어내겠다. 강원도민이 그 진정성을 알 거라 본다”고 거듭 얘기했다. 양구 고성 속초/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오후에 들른 속초시청에선 그나마 힘을 주는 말들이 터졌다. 민원실을 찾은 고인숙(54)씨는 엄 후보에게 “지난번엔 이광재를 찍었지만 이젠 동서고속철 문제도 있으니 힘 있는 여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인사를 하고 싶다”고 달려드는 주부들도 더러 눈에 띄었다. 민심은 아직 동요하는 듯했다. 속초의 한 시민은 “엄기영 후보는 알지만 상대 후보는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속초 거주 22년, 거리 핫도그 장사를 한 지 11년인 그는 그러면서도 알 듯 모를 듯 되뇌었다. “당선되기 위한 약속을 하는 이가 아니라, 약속한 걸 지킬 수 있는 이를 뽑겠다.” 그러나 엄 후보는 승리를 자신했다. “내겐 진정성이 있다. 정부 약속, 공언한 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이 있을 수 있다. 한나라당이 잘못되면 과감히 얘기할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지만, 진정성을 무기 삼아 정부 여당을 상대로 강원도를 대변하고 허한 박탈감을 희망으로 채워주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실행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마지막을 내가 끌어내겠다. 강원도민이 그 진정성을 알 거라 본다”고 거듭 얘기했다. 양구 고성 속초/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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