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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날마다 지하철 출근도장 “중산층이 변화의 역사를”

등록 2011-04-07 20:46수정 2011-04-07 22:43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기 성남 분당을 민주당 후보로 나선 손학규 대표가 7일 오후 성남 분당구 수내3동 녹색경로당을 방문해 한 유권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A href="mailto:woo@hani.co.kr">woo@hani.co.kr</A>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기 성남 분당을 민주당 후보로 나선 손학규 대표가 7일 오후 성남 분당구 수내3동 녹색경로당을 방문해 한 유권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4·27 재보선] 분당을 후보들 동행르포 민주 손학규 대표
노인대학 들러 만난 어르신 “그 당은 찍어본적 없어 고민”
“손대표 당선 지원하겠다” 참여당 후보 불출마 선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1동 15-1번지 폴라이스Ⅱ빌딩 209호. 이곳에 이번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선거 사무실이 있다. 아직 어둑한 7일 새벽, 보슬비가 흩날리는 사무실 바깥으로 나와 주변을 올려다보니 대한민국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뒤편 경부고속도로와 앞쪽에 흐르는 탄천 사이로 파크뷰(1829가구), 로얄팰리스(750가구), 현대아이파크(1071가구), 삼성미켈란쉐르빌(803가구), 동양파라곤(344가구), 두산위브파빌리온(1519가구) 등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끝없이 늘어섰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3.3㎡당 2000만원이 넘는 이들 아파트를 바라보며 “저기 정자1동이 유권자가 제일 많은데, 저걸 보고 있으면 (선거운동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분당을 지역에 부유한 새도시가 들어선 이후 민주당은 단 한 번도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때도 야권의 시장, 도지사, 교육감 후보들은 이곳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18대 총선 때 분당을에서 당선된 임태희 한나라당 후보의 득표율은 70%나 됐다.

이런 까닭에 손 후보 캠프 쪽 사람들은 “여기서 이기면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복잡했다. 이들은 “박빙이겠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다”면서도, “선거는 이겼는데 투표가 문제”라며 투표율이 낮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새벽 5시15분께, 손 후보는 얼마 전 어렵게 구해 이사 온 정자동 정든마을 신화아파트 502동을 나섰다. 인근 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본 뒤 그는 곧바로 지하철 수내역으로 달려갔다. 같은 당 김진애, 전현희 의원과 함께 우산을 받쳐들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 손학규입니다.” 총총걸음의 직장인들한테 간혹 외면을 받았지만, 그의 익숙한 얼굴에 직장인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표정이었다.

손 후보는 분당에 온 뒤 한 번도 거르지 않을 만큼 출퇴근길 지하철역 인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30~40대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손 후보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이들의 투표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손 후보는 “이곳이 대표적인 중산층 도시인데 실제 시민들을 만나보면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며 “양극화나 불의, 비리 등으로 민심이 돌아섰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인 자신이 직접 분당의 거리로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도 함께 가는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사회 체질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역사적으로 건전한 중산층이 결정적인 변화를 끌어낸 경우가 많은데, 이게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예요. 그런 의미에서 분당을 포기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출근길 인사가 끝난 뒤 손 후보는 성남시청, 정자동 요한성당 노인대학, 분당차병원, 수내3동 노인정 등 잠시의 짬도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단 한 명의 사람도 놓치지 않고 능숙하게 악수를 청하고, 자연스런 대화를 끌어내는 그를 보며 참모들도 혀를 내둘렀다.

“무슨 업무 하세요?” 성남시청 7층 토지정보과 사무실에서 손 후보가 한 공무원에게 물었다. “개발부담금 관련….” “아, 건설회사에서 싫어하시는 분이겠군요.”(웃음)

하지만 요한성당 노인대학에서 만난 조아무개(69)씨는 손 후보에 대해 “인물은 참 듬직하고 좋아보이는데, 난 평생 그 당을 찍어본 적이 없어 어떡할까 모르겠어”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했다. 그와 민주당은 생각보다 높은 벽 앞에 있는지도 모른다.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는 훌륭한 분이죠. 하지만 이길 수 있습니다. 선거는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됩니다. 또 1표 차이로 질 수도 있다는 헝그리정신도 필요하죠. 당 대표로서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꼭 필요한 순간 외엔 잠시도 분당을 비우지 않을 겁니다.”

마침 이날 오전 분당을 출마를 선언했던 이조웅 국민참여당 후보가 유시민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손 대표의 당선을 지원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손 후보가 정말 분당에서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성남/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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