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8일 김해시 내외동 거북공원에서 유권자의 아기를 안은 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 제공
김후보 높은 인지도 바탕 유권자들과 잦은 눈맞춤
야 단일후보 내주 확정뒤 ‘노무현 바람몰이’가 변수
야 단일후보 내주 확정뒤 ‘노무현 바람몰이’가 변수
보선 앞둔 김해을 분위기
8일 오후 경남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롯데마트 장유점. 팔판마을에 함께 사는 여고 동창생 조미숙(38)씨와 김향란(38)씨의 대화에서 4·27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김해을 지역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민심의 한자락을 엿볼 수 있었다. 조씨는 “민주당 때문에 보궐선거를 하게 됐는데, 어떻게 민주당이 또 후보를 내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뉴스를 보니 야권 단일화는 국민참여당 때문에 늦어졌다던데”라며 “민주당도 그렇고 난 민노당이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누가 되더라도 야권 단일화만 되면 한나라당을 이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경남지사를 했고 총리후보자로 지명됐던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에 견줘 역시 야권 후보들은 인지도가 낮은 듯했다. 이날 장유면 무계장터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김태호 후보를 지켜보던 김이철(45)씨는 “야권은 어느 당이 어느 후보를 냈는지 잘 모르겠다”며 “김태호 후보는 그래도 도지사를 지낸 사람인데, 길에서 혼자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까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유면 갑오마을에 사는 정순이(47)씨도 “이름을 아는 사람은 김태호 후보뿐”이라며 민주당 곽진업, 민주노동당 김근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등의 이름은 낯설어했다.
김해을은 농촌과 도시적 특성이 뒤섞인 곳이다. 1개읍(진영읍), 4개면(장유·주촌·진례·한림면), 3개동(회현·내외·칠산서부동)으로 이뤄진 김해을 인구 29만2674명 가운데 장유면 인구가 12만3867명으로 김해을의 42.3%를 차지한다. 주로 창원으로 출퇴근하며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맞벌이 부부가 장유면에 대거 유입돼 최근 10년 동안 8만여명이나 인구가 늘었다. 이 때문에 후보들 대부분은 장유면에 선거사무실을 두고, 이곳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장유면에 단속총괄본부를 세웠다. 야권은 젊은층 밀집 주거지역인 이곳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장성일 김해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계장은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탓인지 아직 선거열기가 확 달아오르지 않고 있지만, 장유면 30~40대 유권자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도 선거지역인 진영읍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을 마음에 담고 있는 사람들은 철저히 반한나라당 투표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6일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야권 후보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의 악정을 심판하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며, 노무현 정신이 응축된 상징적 지역인 이곳에서만큼은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를 심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야권 후보들도 제각기 ‘노무현 정신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다.
야권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성목 민생민주경남회의 상황실장은 “더 많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민참여경선이 후보단일화 방안에서 제외된 것이 다소 아쉽지만, 각 정당과 후보의 합의를 존중한다”며 “야권 단일후보가 선출될 때까지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 쪽은 오래 전부터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전략을 세워왔다. 캠프 관계자는 “어차피 야권 후보단일화를 가정하고 선거를 시작했기 때문에 누가 나와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지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야당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중앙당 지원유세를 사절한 채 ‘나홀로 선거전’에 매진하고 있다. 이날 아침 진영소방서를 시작으로 내외동, 진영읍, 장유, 주촌면으로 바삐 움직였다. 운전하는 수행비서를 제외하면 철저한 ‘1인 선거운동’이었다. 전날 비가 내릴 때도 비옷을 입은 채 홀로 거리를 누비며 유권자들과 눈을 맞췄다. 김해/최상원 기자 csw@hani.co.kr
김 후보는 중앙당 지원유세를 사절한 채 ‘나홀로 선거전’에 매진하고 있다. 이날 아침 진영소방서를 시작으로 내외동, 진영읍, 장유, 주촌면으로 바삐 움직였다. 운전하는 수행비서를 제외하면 철저한 ‘1인 선거운동’이었다. 전날 비가 내릴 때도 비옷을 입은 채 홀로 거리를 누비며 유권자들과 눈을 맞췄다. 김해/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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