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후보로 출마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왼쪽사진)와 최문순 민주당 후보가 9일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원 강원 자전거 대행진’에 참석해 자전거를 타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고 있다. 춘천/각당 선거사무실 제공
‘삼척원전’ 강원보궐 이슈로
엄쪽 “재검토”라며 “반대는 아냐”…어정쩡 줄타기
최문순 “원전반대” 전면화…엄기영 말바꾸기 비난
엄쪽 “재검토”라며 “반대는 아냐”…어정쩡 줄타기
최문순 “원전반대” 전면화…엄기영 말바꾸기 비난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삼척 원전 유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와 최문순 민주당 후보의 수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민심의 변화와 실제 득표에 대한 유불리는 물론, 중앙당의 원전 관련 정책 등이 두루 얽힌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원전 안전성) 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삼척시가 원전 유치 활동을 전면 중단해 달라.” 11일 강원도 강릉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는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그는 “정부의 (원전) 안전성 점검 결과 안전성이 확보되더라도 지역 주민과 강원도민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서 원전 유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17일 강원지사 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는 강원도청 회견에서 삼척 주민의 지역발전 열망을 앞세워 ‘원전 유치’를 지지했던 그였다. 하지만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선 ‘강원도민의 입장’을 내세워 삼척 주민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강원도청에서 회견을 한 최문순 민주당 후보는 원전 반대 입장을 더욱 선명히 했다. 그는 “지진·해일·화산폭발·이상기후 등 자연 앞에 원전이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고 경제적 효과도 없음이 확인됐다”며 “삼척 원전 유치는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주장했다. 엄 후보의 회견에 맞서 ‘삼척 원전 불가론’에 대한 자신의 ‘지적소유권’을 강조하고 나선 듯한 모양새다.
두 후보의 이런 태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여파로 한반도에 방사능비가 내리는 등 원전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강원도 민심이 급속히 변화할 조짐을 감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원도 사정에 정통한 한나라당 관계자는 “엄 후보의 삼척 원전 유치 발언은 삼척시 한곳만 유리하고 다른 주변 지역에선 모두 불리한 주제”라며 “특히 강원도 선거판에 캐스팅보트를 쥔 강릉·동해 등 영동권 전체의 민심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엄 후보 쪽은 그러나 ‘중단 없는 원전 추진’을 고수하는 한나라당 당론과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삼척 주민을 의식해 여전히 ‘어정쩡한 줄다리기’를 했다. 엄 후보 쪽 최수영 언론특보는 입장 변화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엄 후보가 삼척 원전에 반대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엄 후보의 이날 회견은 “조건부 찬성 입장에서 한발 나아가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그동안 각종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론’ 원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뚜렷한 공약으로 원전 반대를 선언하지 않았던 최문순 후보는 자체 여론조사를 거쳐 ‘원전 반대’를 전면화했다. 최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난주 원전 민심 여론조사 결과 동해·삼척 응답자까지 원전 반대가 과반수를 넘었다”며 “민심을 확인하고 뚜렷하게 원전 반대 입장을 밝히자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엄 후보도 원전 유치를 보류하자고 하는 걸 보니 결과적으로 보자면 원전 반대가 표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승근 이유주현 기자 sk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