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국회처리 대립]
본회의 의장석 점거
“처리하면 야권연대 끝”
본회의 의장석 점거
“처리하면 야권연대 끝”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 6명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4일 밤 국회 본회의장 의석장을 점거하는 등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강력히 저항했다. 이들은 이날 밤 9시30분께 의장석에 올라 ‘한-EU FTA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비준안 처리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시작했던 이들은 이날 하루 종일 민주당의 의원총회장 앞에 머물며 4·27 재보궐 선거 전에 합의했던 ‘정책연대’를 지킬 것을 민주당에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 3당과 시민단체들도 국회 본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에 야 4당 정책연대 합의를 깰 경우 야권연대는 물 건너갈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정책파기를 하면, 통합은커녕 야권연대가 무너지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며 “(비준안이 처리될 경우) 중대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풀어놓을 보따리에 민주당이 포장지 역할을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야권단일후보로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해 달라며 야권연대에 지지를 보내주셨는데, 며칠이나 됐다고 야권연대 정신을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느냐”고 따졌다.
야권에서는 ‘에프티에이’가 야권연대의 가장 약한 고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반대 등 다른 과제에 비해 시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양쪽 모두 협정 체결 때 피해 최소화, 협상 과정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에프티에이 ‘불가피론’에, 진보정당의 입장은 ‘불가론’에 가깝다. 쟁점이 더 날카로운 한-미 에프티에이 비준 문제가 본격화하면, 야권의 갈등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대표는 “에프티에이를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식량안보 문제, 피해대책 마련은 당연하고, 사법·입법 주권 침해 문제 등이 아주 철저하게 국회에서 검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외람된 얘기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에프티에이에) 반대하는 선명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에프티에이 찬성론자인 민주당의 한 의원은 “한-유럽연합 에프티에이를 언제 처리하든 진보정당은 반대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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