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석 점거했지만 역부족…민주당 불참에 분노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 6명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4일 밤 ‘한-EU FTA 반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을 잠시 점거했다. 또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길게 해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강력히 저항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진보정당 의원 7명의 목소리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와 야유에 묻혔다. 진보정당 의원들은 이날 밤 10시께 시작된 본회의에 전원 반대토론을 신청했다. 첫 반대토론자로 나선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마이크가 꺼진 상황에서도 약 10분 정도의 발언을 이어갔으며, 이후 토론자로 나선 강기갑 의원도 역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15분 이상 발언을 했다.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정부 대책도 부실하다는 점을 근거로 반대토론을 최대한 길게 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강 의원의 발언이 길어지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은 국회의장에게 ‘토론 종결 요청’을 했다. 박 의장은 의사진행을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국회법 규정을 근거로 나머지 반대토론 신청자들의 토론을 취소하고 곧바로 표결을 통해 토론 종결을 선언했다. 이어 곧바로 비준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밤 10시48분 동의안이 가결됐고 3분 뒤 본회의는 산회됐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비준안이 통과된 뒤 “결국 한나라당이 서민을 버리고 청와대를 선택했다”며 “민주당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야권연대의 진정성이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새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을 제외한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 3당 소속 의원과 대표들은 전날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진행중인 농성을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 계속했다. 또 시민단체들과 함께 국회 본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에 야 4당 정책연대 합의를 깰 경우 야권연대는 물건너갈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정책 파기를 하면, 통합은커녕 야권연대가 무너지는 결과가 생길 것”이라며 “(비준안이 처리될 경우) 중대한 결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도 “이명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풀어놓을 보따리에 민주당이 포장지 역할을 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석진환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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