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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북 “양자회담” 제의에 이 대통령 “다자회의” 동문서답

등록 2011-05-09 23:57수정 2011-05-10 09:45

‘비핵화’ 조건도 걸어…여전히 갈길 먼 남북정상회담
일부선 “다자회의중 양자회담하기도” 긍정적 분석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확고하게 하겠다고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 3월26~27일 (서울에서 열릴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8일 김정일 위원장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만나 모든 주제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남북정상회담을 간접 제의한 데 대한 답신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곤 일단 ‘동문서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이 남북 양자 사이의 정상회담을 제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50여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다자회의에 한 명의 참석자로 김 위원장을 부르겠다고 한 때문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핵정상회의라는 게 핵 비확산 체제를 공고히 하자는 모임인데, 김 위원장이 오겠다고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다자 정상회의엔 단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 합의’ 라는 전제를 단 것도 대화 복원의 진정성보다는 대북 압박 쪽에 무게가 실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북한은 핵문제가 체제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이렇게 툭 던진다고 나올 상황이 아니다”라며 “협상을 통해 북이 원하는 체제보장과 북-미 관계 정상화, 경제적 보상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의지를 우리가 보여줄 때 북한도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의 이번 제의로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예상돼온 ‘비핵화 남북회담’에 대한 북한의 호응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이 북한과의 교감 속에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북-미 대화→6자회담’의 3단계 6자회담 재개 방안에 한국과 합의함으로써 6자회담의 첫 단계인 비핵화 남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번에 ‘비핵화 합의’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건 셈이 돼, 북한으로선 회담 참석 여부 결정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합의’의 수준에 대해 “남북 비핵화 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나 거기에 대한 모종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제까지 전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 이런 대략적인 접근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로 강하게 연계해온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굴레를 벗고 우회적으로 사실상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비핵화 트랙’을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적극적 해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다자 정상회의에선 통상 중요한 파트너 사이에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도 한다”며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비쳤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이전까진 남북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과와 비핵화 진정성 등이 걸렸는데, 이번엔 비핵화 합의만 강조함으로써 조건을 단순화한 만큼 북한으로서도 활용 가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테러(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문제는 6자 회담이나 남북 관계 여러가지에서 기본이고, 진정성을 확인하는 부분”이라고 밝혀, 천안함·연평도 사과와 비핵화의 분리 방침을 명확히 제시한 것도 아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편으로는 국내 보수파를 의식하고 또 한편으로는 북한이 받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하다 보니 분리도 연계도 아닌 모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안보 분야 전직 고위 당국자 출신의 한 전문가는 “남북정상회담 의지가 있으면 직접 제의하고 정면돌파를 해야지, 북한이 알아서 잘 해석하라는 방식으로는 성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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