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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안기부법 개악 시도 비판하자 ‘보복’

등록 2005-07-05 19:28수정 2005-07-05 19:28

안기부 대해부 하자 수개월 예약광고 취소
현철씨 국정농단 보도자제 거부도 맞물려
4년 뒤 월간조선서 문서 입수…개입 물증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한겨레>에 광고 탄압 등을 가한 것은 1996년 10월부터 1997년 3월에 이르는 시기였다.

1996년 10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정부투자기관과 대기업들이 <한겨레>에 예약했던 광고를 잇따라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확인 결과 해당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이것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외압’에 의한 것이며 그 배후에 안기부가 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1996년 12월16일 권근술 당시 한겨레신문사 사장은 사원총회를 열었고 “지난 10월께부터 광고 수주량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우리 신문 광고 수주에 안기부가 개입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한겨레>가 겪고 있던 광고탄압 내용은 <미디어 오늘> 96년 12월25일치(1·3면)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안기부의 한겨레 탄압 ‘공작’은 안기부법 ‘개악’ 시도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보도와 김영삼 대통령의 둘째아들 현철씨에 대한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 무렵 안기부는 94~95년 폐지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불고지죄 등에 대한 수사권을 되살리기 위해 안기부법 개정에 사활을 걸었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과 함께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한겨레>는 개정안이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이미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안기부에 초월적 지위까지 부여하는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를 집중 비판했다. 안기부법 개정 논란이 계속된 96년 9월부터 97년 3월까지 7달 동안 <한겨레>는 ‘안기부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6회)’ ‘안기부를 말한다(4회)’ ‘안기부 대해부(20회)’ 등 모두 세 차례의 시리즈를 포함해 모두 624건의 안기부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하루 평균 2.97건꼴로, 다른 9개 중앙일간지의 하루 평균 1.31건(전체 276건)의 두 배가 넘는 분량이었다.

또 이 무렵 현철씨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도 유일하게 <한겨레>만이 그 행태를 집중 보도했고, 이에 김영삼 정권은 권력의 핵심인사들을 통해 보도자제를 요청했지만 <한겨레>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안기부의 탄압 ‘공작’으로 한겨레는 경영상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그 결정적 물증은 잡을 수 없었다.


그 물증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엉뚱하게도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2001년 3월 <조선일보>의 자매지 <월간조선>에 의해서였다.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이사는 3월11일 한겨레신문사 사장실에 팩스를 보내 “최근 <월간조선>은 1997년 정부기관이 작성한 ‘한겨레신문 종합분석’이란 문서를 하나 입수했다”며 “그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 <한겨레>에 반론의 기회도 주기 위해 사장이나 <한겨레>를 대표할 만한 사람과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이에 <한겨레>는 문건 전체와 함께 질문서를 보내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답했으나, <월간조선>은 문건의 전문은 보여주기 곤란하다며 문건의 주요내용을 에이4 용지 2장 분량으로 요약해 보내왔다.

문건 요약본은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돼 있었다. <한겨레>는 친북·좌익·반미 세력이거나 그런 세력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신문사이므로, 광고 수주나 통일문화재단 설립 과정 등에서 비리를 찾아내야 하며, 결론적으로 사세 확장을 막기 위해 정부와 친여단체가 광고 중단·구독 중단·대출 중단·신규사업 행정규제 강화 등을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한겨레>는 우여곡절 끝에 ‘한겨레신문 종합분석’이란 문건이 실존하며 안기부가 작성한 것임을 확인한 뒤 이 사실을 3월15일치에 “한겨레 구독·광고 말라, 안기부 97년 언론공작”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문건이 1988년 창간 이후 계속돼온 한겨레에 대한 사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한겨레>는 같은해 3월18일 권영해 당시 안기부장과 박일룡 1차장 등 안기부 간부들에 대해, 문건 작성과 언론탄압 공작을 지휘해 직권남용과 명예훼손 등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사실 확인 없이 문건 내용을 그대로 보도한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 등에 대해서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민형사상 소송을 냈다.

월간조선 쪽은 한겨레를 음해하는 취지로 문건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법원과 검찰에서도 ‘한겨레신문 종합분석’ 입수 경위에 대해 “사무실에서 안기부 관계자한테 받았다”고 진술했다가 “우편으로 배달됐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는 지난해 10월 권영해씨등 안기부 간부들에게 7천만원, 조갑제씨 등 <월간조선> 간부들에게 2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과 함께 <월간조선>에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권씨등과 <월간조선>이 즉각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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