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취하서
다스, 김경준 상대 140억 반환소송 취하
박영선 의원, 미 법원 기록 입수
박영선 의원, 미 법원 기록 입수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 시트 생산업체 ㈜다스가, 2003년 미국 법원에 김경준(45·수감중)씨를 상대로 낸 ‘비비케이(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 소송’을 최근에 취하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47·한국이름 김미혜)씨가 지난 2월 입국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출국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다스는 일찌감치 이명박 대통령 차명소유 논란이 일었던 회사인데다,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사망)의 다스 지분 5%가 최근 청계재단으로 이전된 상황이어서, 다스와 김씨 남매와의 갑작스런 화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13일 입수한 미국 캘리포니아 항소 법원 기록을 보면, 다스는 지난 4월11일 법원에 “같은 건으로는 다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Request for Dismissal with prejudice)는 내용의 소송 취하서(사진)를 냈다. 다스가 김씨를 상대로 낸 투자금 반환 소송을 8년 만에 포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큰형 상은씨와 처남 김씨가 공동대표로 있던 다스는 2000년, 김경준씨가 운영하던 투자자문사인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비비케이는 회삿돈 유용과 운용보고서 위·변조 행위가 금융당국에 적발돼 2001년 3월 등록이 취소됐다. 투자자들의 투자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자 김경준씨와 에리카 김씨는 코스닥 상장 투자사인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해 유상증자와 주가조작에 나섰고, 회삿돈 319억원을 빼내 비비케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일부 돌려줬다. 주요 투자자인 다스는 2003년 5월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으나 2007년 8월 패소하고 항소심을 진행중이었다.
다스와 김씨 쪽 화해의 이면에는, 미국과 스위스에 동결돼 있는 김씨 남매의 재산 3천만달러를 둘러싼 밀약이 존재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씨 남매를 상대로 횡령금 371억원 청구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한 옵셔널캐피털(옵셔널벤처스의 후신, 이하 옵셔널)은 김씨 남매 재산의 소유권을 놓고 다스와 ‘몰수 재산 청구 소송’(forfeiture case)을 벌이고 있다. 옵셔널 쪽은 김씨 남매가 다스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그 대가로 재산을 나눠 가지려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은 “다스와 김씨 사이에 어떤 합의가 오간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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