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엽(사진)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가 대형로펌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하며 국토부와 직접 관련된 용역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24일 드러났다. 야당은 권 후보자가 사실상 대형 로펌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앤장이 지난 2월 정부에 제출한 ‘사전법적지원 수탁사업’ 사업제안서를 보면, 권 후보자가 이 용역에 참가하는 자문위원으로 적시돼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이 사업제안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김앤장 재직 시절에 특정 사건·자문 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권 후보자의 지난 17일 해명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강기정 의원은 “권 후보자가 민영 로펌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증거”라고 말했다.
김앤장은 사전법적지원 수탁사업 제안서에서 법제처·환경부·노동부·국방부 출신의 다른 자문위원들을 소개하면서 국토부 차관을 지낸 권 후보자의 학력·경력도 자세히 열거했다. 사전법적지원 수탁사업은 정부가 법률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해당 부처의 법률안 입안단계부터 국회 제출까지 정부 입법과정 전반을 검토·자문하는 사업으로, 대형 로펌들이 정부 입법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용역의 액수는 그리 크지 않지만 정부의 주요 사업들에 대한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앤장은 이 사업에 응모한 결과 항공안전법·항공보안법 등 10개 법률안의 자문을 맡게 됐으며, 용역 대가로 8천만원을 받았다. 김앤장은 사업제안서 평가항목 중 ‘수탁사업자의 위탁사업 수행능력’에서 5점 만점보다 3점 높은 가중치를 받으며 경쟁자인 한국법제연구원을 제쳤다. 위탁사업 수행능력 평가 기준은 용역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이 과제 수행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강 의원은 “김앤장이 높은 점수를 받은 데엔 30년 국토부 전문 관료 출신인 권 후보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8월 국토부 1차관에서 물러난 뒤 같은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한달 평균 2540만원을 받고 김앤장 고문으로 일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수탁사업자 선정은 법제처에서 일반 경쟁입찰 등을 통해 선정한 것으로 국토부 및 권 후보자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김앤장이 법제처에 제출한 사업제안서의 자문위원 명단에 대해서는 “법제처·환경부·국방부·노동부·국토부 등 출신 고문들을 망라한 것에 불과하다”며 “권 후보자는 김앤장의 특정 사건 또는 용역에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권 후보자가 현재 거주 중인 분당 빌라 매입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에 이어 2005년 산본의 아파트를 매도할 때도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양도소득세 434만원를 탈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2005년 6월 당시 양도세 과세표준은 기준시가여서 위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유주현 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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