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일대 옛 미군부대 ‘캠프 머서’ 부지에 있는 군부대를 조사하러 나온 김상희 민주당 의원 등이 25일 오전 군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부지 곳곳을 둘러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미 권위자 앨빈 영 박사 “2006년 제출 보고서”
실제 사용 안해…괌에 보관했다 본토로 옮겨
“한국군, 1차 살포때 가루 고엽제 맨손으로 뿌려”
실제 사용 안해…괌에 보관했다 본토로 옮겨
“한국군, 1차 살포때 가루 고엽제 맨손으로 뿌려”
미국 국방부가 한국전쟁 당시 사용 가능성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전술적 고엽제(제초제)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실이 25일 뒤늦게 확인됐다. 또 1968년 미국의 식물통제계획 문서를 통해 알려졌던 비무장지대(DMZ) 고엽제 살포 당시 정황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런 내용은 2006년 12월 고엽제 관련 권위자인 미국의 앨빈 영 박사가 미 국방부에 제출한 보고서 ‘전술 제초제 발달사: 테스트, 평가, 저장’에 담겨 있다.
재미동포 블로거 안치용씨가 원문을 공개한 이 보고서를 보면, 미 국방부는 상업적 고엽제와 함께 별도로 개발한 전술적 고엽제를 사용해왔다. 전투에서 시야 확보 등을 위한 제초작업에 고민하던 미 국방부는 2차대전 당시 시카고대에 일부 고엽제의 효능 테스트를 의뢰해 미국 내에서 실험까지 마치지만 군사적으로 사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효능을 잊지 않았던 미국은 1952년 미 육군 생화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국전쟁 중 사용 가능성을 상정해 공중살포 장비와 고엽제를 개발하는 계획에 착수했다. ‘에이전트 퍼플’(Herbicide Purple)이 그 첫 작품으로 곧이어 에이전트 핑크·그린·블루·오렌지·화이트 등 5종이 개발된다. 영 박사는 “한국전에 사용되진 않았지만 이때 개발된 장비들과 고엽제는 한국전이 끝날 때까지 괌에 보관되었다가 전쟁 뒤 장비는 유타주에, 고엽제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캠프 디트릭에 보내졌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미국 본토가 아닌 괌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한국전 당시 고엽제를 사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후 에이전트 오렌지 등 고엽제는 베트남전의 밀림 제거작전, 이른바 ‘랜치 핸드’ 작전에서 사용됐고 68년과 69년 두 차례 한국의 비무장지대에 살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렌지·퍼플 등 색깔 이름이 붙어 있는 전술적 고엽제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베트남전과 68~69년 비무장지대뿐이고, 69년 미시시피 걸프포트에서 허리케인이 불어닥쳐 수백 드럼이 파괴되거나 유실된 적이 있다.
지난 1999년 미국의 식물통제계획 문건이 30여년 만에 우리나라에 폭로되며 비무장지대에서 고엽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뒤, 미국 정부는 68년 4월15일~5월30일과 69년 5월19일~7월31일 2차례에 걸쳐 에이전트 오렌지와 에이전트 블루, 모뉴론을 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에이피>(AP) 통신도 “연인원 5만여명의 한국군이 동원돼 맨손으로 스프레이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영 박사의 보고서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1차 작전 당시 한국군 1군단 장병 3345명이 가루 형태 고엽제인 모뉴론을 맨손으로 뿌리거나 기계를 사용해 살포했다”며 대략 7800드럼(39만7800파운드)이 살포됐다고 밝히고 있다. 미군은 뒤에서 작업을 감독하는 방식으로 참가해 직접 살포에 나서지 않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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