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소장파 법인세 논쟁…전체 설문통해 결정키로
한나라당이 30일 의원총회에서 ‘추가감세 철회’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했다. 전체 의원 설문조사를 통해 당론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일단 감세 철회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감세 의총’은 친이명박계 핵심과 소장파 간 대결양상을 보였다. 문제인식의 출발부터 달랐다. 감세론 발제자로 나선 나성린 의원은 “현 정부의 감세정책은 추진 이유와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며 “감세와 규제 완화는 선진화를 위한 핵심정책으로, 현재 우리 기업들의 경쟁여건이 굉장히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회론 발제자인 김성식 의원은 “추가 예정 감세는 고소득층과 주로 대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민심도 부정적”이라며 “현 정부는 이미 소득세·법인세·종부세 등 감세를 많이 했다”고 맞받았다.
소득세 추가 감세는 이미 철회 쪽으로 공감대가 마련된 터라, 방점은 법인세에 찍혔다. 올해 말로 예정된 법인세 추가 감세안(과표 2억원 이상 2%포인트 감세)을 따르면, 내년 한해만 4조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든다. 이를 두고, “(부자감세라는) 야당 프레임, 정책모함에 걸려들면 안 된다”(조해진 의원)거나 “부자감세가 아니란 걸 밝혀야 한다”(신지호 의원) 등의 감세론은, “기업이 (법인세 감세에 따라) 투자 확대하고 있느냐”(김정권 의원)는 철회론에 부딪혔다. 기업가 출신 김세연 의원은 “2% 감세로는 기업이 투자결정을 하지 않는다”며 “외국인 투자도 치안이나 인재 유치 등이 중요하지 법인세 인하로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적 차원에서도 친이계들은 정책의 일관성을 통한 신뢰 유지를 주장했고, 소장파들은 친서민 정책을 통한 신뢰 회복을 내세웠다. 신성범 의원은 “추가 감세는 보수정권의 주요 정책이나 낡은 논리에 함몰될 필요 없이 (경제적) 상황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린·차명진 의원 등이 “법인세 추가 감세 대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살리는 절충도 가능하다”고 말해 ‘정책타협’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기업에 대한 실질적 혜택은 유지하면서 ‘부자감세’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다.
4시간여 찬반 논쟁을 거듭한 이날 의총에서 14명 발언자 가운데 9명이 찬성, 5명이 반대 또는 절충안을 제시해, 전체 의원 상대 설문조사에서도 철회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친서민 정책’을 명분으로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꾀하는 당내 신주류의 정책노선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총은 새 원내지도부 체제 아래 열린 첫 정책 의총으로 100여명이 참석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며 효율적으로 재정을 확보하고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종 결론을 미룬 채 다음달 중 감세 의총을 다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식 의원은 의총 뒤 “감세 철회 쪽으로 방향이 잡힌 것 같다”며 “추가 정비 사안이 많아 9월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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