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통일연합 6일 출범
보수 성향 명망가들이 이른바 ‘새로운 보수’의 깃발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며 보수정권 탈환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견인차를 자임했던 뉴라이트 세력이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여 만에 정치적 바닥을 드러내자, ‘보수의 재구성’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보수 논객의 ‘사랑방 담론’인 보수혁신의 화두를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선진통일연합’으로 조직화했다. “여든 야든 선진과 통일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그는 국가적 과제인 선진화와 통일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하겠다며 6일 선진통일연합을 공식 발족한다.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홍구 전 총리, 김진홍 목사 등 1만여명이 참여한다. 선진통일연합은 지역, 부문별 70여개 하부 조직을 이미 갖췄으며, 올해 안으로 회원을 1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선진통일연합의 정치적 지향점에 대해선 논란이 분분하다. 박 이사장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 나서 정치를 할 뜻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권에 진입한 뉴라이트와 같은 구실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이사장을 잘 아는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박 이사장 본인도 대선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발족한 ‘대통합국민연대’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대학교수 등 33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 단체에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으로 활약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정치권에선 이 단체가 친이계 대선 후보를 지원할 ‘선거 조직’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대표적 보수 논객 가운데 한 사람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박세일 이사장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적 선진화와 북한 흡수통일론은 보수의 새로운 가치가 될 수 없다”며 ‘보수적 가치 재정립’을 주창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양극화를 심화시킨 근본 원인인 신자유주의를 통해 선진화를 이루고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게 보수 개혁의 대안이 될 수는 없고, 현 상태로는 2012년 보수세력이 재집권해도 달라질 게 없다”며 “보수적 가치의 근본적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구로갈릴리교회 목사 등이 윤 전 장관의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떠오른 전원책 변호사를 비롯한 몇몇은 보수세력의 우상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성장 우선주의’에 대한 비판적 반성 속에 이른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박정희 정권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지만, 5·16은 군사 쿠데타고 유신정권은 정당성을 상실한 독재정권”이라며 “성장 우선주의를 극복해 작고 강하지만 국가가 공동체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에 적극 개입하는 새로운 보수가치에 동조하는 세력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팔트 보수’의 대표 인사인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과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등은 이른바 ‘새로운 보수정당론’, ‘보수재단 설립’ 등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값 등록금 추진 등 이른바 ‘포퓰리즘적인 좌클릭 정책’을 내걸고 6·15 공동선언을 인정하는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야당 2중대’라며 새로운 정당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재창 교수(숙명여대 행정학과) 등이 “새로운 시민운동’을 주창하며 준비중인 ‘새 길’도 주목된다. 이들은 “진보와 보수를 모두 수렴한 중립노선”을 내걸며 지역공동체 형성을 위한 지역사회운동을 통한 이른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 극복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이런 움직임이 결국은 뚜렷한 이념적, 조직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치권에 휩쓸릴 것이란 시각도 많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보수가 개혁을 얘기하지만 실제 내용은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은 보수세력의 통합이 문제인데 통합을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신승근 안창현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부실 저축은행들 ‘종편’에 수십억 투자
■ 슈퍼박테리아 원인 ‘독일산 새싹 채소’ 지목
■ 31만원 때문에…2969만원 받은 공무원 ‘무죄’
■ 정권 뺏길라…위기의 보수곳곳서 ‘새 깃발’
■ 박근혜 ‘민생현안 간담회 정치’ 나설듯
■ 등록금 투쟁 ‘선배 부대’ 이번엔 책 지원
■ 아이돌 둘러싼 욕망, 그 자체로 공포
보수 진영의 이런 움직임이 결국은 뚜렷한 이념적, 조직적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치권에 휩쓸릴 것이란 시각도 많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보수가 개혁을 얘기하지만 실제 내용은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은 보수세력의 통합이 문제인데 통합을 위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신승근 안창현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부실 저축은행들 ‘종편’에 수십억 투자
■ 슈퍼박테리아 원인 ‘독일산 새싹 채소’ 지목
■ 31만원 때문에…2969만원 받은 공무원 ‘무죄’
■ 정권 뺏길라…위기의 보수곳곳서 ‘새 깃발’
■ 박근혜 ‘민생현안 간담회 정치’ 나설듯
■ 등록금 투쟁 ‘선배 부대’ 이번엔 책 지원
■ 아이돌 둘러싼 욕망, 그 자체로 공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