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정희수 사무총장 대행,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앞줄 오른쪽부터) 등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한나라당 경선규칙을 최종확정하기 위해 열린 전국위원회에 참여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대위 안 거부하고 ‘1인2표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정의화 위원장)가 ‘산고’ 끝에 내놓은 전당대회 새 경선규칙이 신주류 소장파의 반발로 7일 원점으로 회귀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서울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격렬한 논쟁 끝에 ‘1인1표제, 여론조사 미반영’이라는 비대위 안을 뒤엎고 ‘1인2표제, 여론조사 30% 반영’으로 수정 의결했다. 이에 따라 황우여 원내대표와 소장파·친박계가 연합한 신주류는 명실상부한 당의 주류로 자리잡고, 경선규칙 변경을 시도했던 당 비대위와 친이재오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의 정치적 위상은 더 위축됐다.
이날 당 전국위원회는 최대 쟁점이던 ‘여론조사 30% 반영’ 여부를 두고 위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1인2표제 존치는 오전 상임전국위의 의결로 일찌감치 결론났지만, ‘여론조사 30% 반영’ 문제는 과잉대표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친박계인 이해봉 전국위원장이 자신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위원 266명의 몫까지 ‘여론조사 부활’에 던지자 회의장에선 반발하는 위원들의 욕설과 고성이 터져나왔다. 한 중앙위원은 “이해봉 위원장이 불법적으로 위임권한을 행사했다”며 “고소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전국위원 741명 가운데 현장엔 164명만 참석해 이해봉 위원장이 의결권을 대신 행사한 266표가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소장파들이 이른바 “동원선거 가능성”을 우려하며 사실상 친이계 등 조직력이 강한 후보에게 유리한 비대위의 경선규칙 개정안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초선모임 ‘민본21’은 비대위 개정안이 “전당대회를 계파조직 과시대회로 또 전락시켰다”며 정의화 비대위원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소장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는 같은 이유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결국 비대위 주요 개정안은 의총-상임전국위-전국위를 거쳐 발표 5일 만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비대위의 위상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소속 한 친이계 의원은 “비대위를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음에 열리는 비대위에 참석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3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24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당대회 경선 일정에 들어간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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