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왼쪽), 유승민(오른쪽 두 번째), 원희룡 최고위원(오른쪽 끝)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의자에 앉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
유승민 “사무총장 인정못해” 원희룡 “사당화 시작”
홍준표 ‘선도형 대표’ 확실한 의지 보여…후유증 예고
홍준표 ‘선도형 대표’ 확실한 의지 보여…후유증 예고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친박계, 친이계를 대표하는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의 퇴장 속에 김정권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그러나 유·원 최고위원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반발하고 나서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진통 속에 사무총장 등 23개 당직을 인선한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새 지도부 앞에 놓인 ‘험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홍 대표는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면서 “오늘 약속들을 취소했다. 저녁 6시까지는 시간이 있다”며 자신의 ‘인사안’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원 최고위원의 반대로 일주일여 끌어온 ‘김정권 사무총장 카드’다.
비공개 회의 내내 문 틈새로 홍 대표와 유·원 최고위원의 고성이 새어나왔다. 원 최고위원이 “캠프 매관매직은 안 된다”고 하자, 홍 대표는 “그럼 청와대(가 시키는) 사무총장을 (임명)하라는 말이냐”고 맞섰다. “왜 당당하게 하지 못하느냐”(유승민) “당당하게 하고 있다”(홍준표)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반대하지 말라”(홍준표) “감정이 아닌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원희룡) 등의 말들도 부닥쳤다. 섞이지 못했다.
홍 대표가 낮 12시 남짓 표결을 하려하자 유·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왔다. 둘은 당사 4층 기자실에서 “당직 인사를 두고 표결한 전례가 없다”며 공개비판했다. 유 최고위원은 “사무총장을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원 최고위원은 “홍준표식 사당화의 시작이다. 전례 없는 의사결정에 전례 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각 6층 회의실에서 홍 대표는 나경원·남경필 최고위원과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의 찬성 속에 당직 인선안을 가결했다. 대신 ‘측근 등용’에 따른 공천 불공정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경선제를 도입하고, 공정·예측가능한 공천 기준을 8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측근 사무총장’ 인선을 관철함으로써 ‘선도형 대표’가 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청와대는 물론, 당내 계파에 견인되지 않겠다는 ‘홍준표 노선’의 재천명이기도 하다.
그는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표가 사무총장을 지휘·감독하는 데 외부 인사의 영향을 안 받도록 한 것”이라며 “당내 개혁·민생개혁 절차를 위해 당내 문제로 머뭇거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친이계 양쪽의 반발 기류는 심상치 않다. 새 체제의 리더십을 위협할 ‘불씨’로 보는 시선도 있다.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계파에 비판적인 분이 계파적 시각에서 당 운영을 하면 화합이 되겠느냐”며 “리더십은 힘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정당성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핵심의원도 “마음 같아선 성명이라도 내고 싶다. 높은 자리일수록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비뚤어졌다”며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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