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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뒤집고 또 뒤집고…여야 ‘못믿을 합의’

등록 2011-08-14 20:52

지도부 ‘불안한 리더십’
당내 이견·여론에 밀려
권력구도 분산 민주적
심하면 정치불신 가속
여의도에 ‘합의 뒤집기’가 난무하고 있다. 여야 지도부의 ‘덜컥 합의’가 당내 반발로 깨지는가 하면, 이해집단의 눈치를 보느라 서두른 합의가 또 다른 여론에 밀려‘없던 일’이 되곤 한다. 뒤집기의 결과가 옳으냐 그르냐에 관계없이, 의사결정의 잦은 번복이 정치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최근 기자들에게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회 환경노동위 여당 의원들한테 야단맞았고,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에서 엄청나게 깨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환노위 의원들이 황 원내대표 방에 몰려가 한진중 청문회 증인채택 합의에 항의하면서 합의가 깨진 일을 설명한 것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과거처럼 일사불란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계파나 상임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때 충돌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른바 ‘뒤집기 정치’는 3김 보스시대의 오너십 정치에서 벗어나 탈 집중화된 권력구도로 넘어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여야 정치권이 정치 시스템 변화에 걸맞게 수평적인 정치 리더십을 창출하는데 실패했다는 얘기다.

여야 지도부의 리더십 부족은 당내 혼선으로 이어진다. 취약한 리더십이 집단지도체제의 한계와 맞물려 의사결정의 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 때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던데, 당 대표 되니까 한마디를 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최근 홍 대표와 최고위원들,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 사이의 정책적 혼선이 잦았다.

손학규 대표는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 등 쟁점 사안마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 ‘우유부단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 원내대표들을 놓고서는 두 당이 서로 “당내에서 말발이 안 먹힌다”고 손가락질하는 정도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황우여 원내대표는 본인의 독자적 세력 기반이 부족하다”며 “개인의 강한 정치력이나 역동성으로 당내 여론을 끌고 가야 하는데, 황 대표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원내 당직자는 “김진표 원내대표는 관료 출신이라 그런지 성과를 중시하는데, 성과주의 때문에 큰 그림을 못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 환경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의 피해구제대책 소위가 부산 지역 피해자들을 의식해 무리한 피해보상 대책을 여야 합의로 내놓았다가 사실상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소위에서는 지역적 이해를 반영하려고 하는데, 당 지도부는 뒤늦게라도 국민 전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보니 정책 결정에서 혼선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대검 중수부 폐지 합의는 검찰의 눈치를 살핀 여당 의원들의 ‘뒤집기’로 사라졌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정치학)는 “당내 이견이 제기되는 것은 민주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걸러지고 수렴되는 시스템과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자꾸 번복되면 정치 불신과 냉소를 부채질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성연철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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