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 ‘오마이뉴스’ 제공
안철수와 박원순의 인연
‘아름다운가게’서 첫만남…안, 재단이사까지 맡아
박 “출마한다” 메일에 안 “현정권에 분노” 답장
‘아름다운가게’서 첫만남…안, 재단이사까지 맡아
박 “출마한다” 메일에 안 “현정권에 분노” 답장
박원순 소장.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시장 선거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의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는 두 사람의 인연도 한몫한다.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아름다운가게’에서 처음 만났다. ‘나눔’을 실천하려는 사회운동가가 만든 아름다운가게에,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가 일일 점원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참여하면서 의기투합이 시작됐다. 연구소 직원들이 자기 물건을 기증하고, 그 물건을 파는 자원봉사를 하는 행사였다. 안 원장은 아예 아름다운재단 이사까지 맡아 달라는 박 변호사의 부탁에 선뜻 응했고, 현재까지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에 의한 싱크탱크’를 표방한 희망제작소 일도 하고 있다. 박 변호사가 주도한 사회운동에 안 원장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모양새다. 안 원장은 5일 보도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희망제작소에서는 아예 안철수와 함께하는 ‘에스디에스’(SDS·소셜디자이너스쿨)를 만들어 매주 이틀씩 한달간 강의를 해서 학생들을 졸업시켰는데, 대전에 살 때라 서울에 왔다 갔다 하느라 몸살도 났었다”며 “‘박변’(박 변호사) 지원군으로 열심히 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은 “박 변호사는 머리를 굴려서 말하지 않는다”며 “나이 들다 보면 무언가 자기가 얻을 목적을 갖고 말하는 버릇이 생기는데 그분은 그런 게 없다. 그런 분이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한다고 하니까 그 부분이 (나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2009년 9월 연세대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기도 했다”며 “안 원장은 박 변호사에 대한 연대감과 그를 염려하는 마음이 강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남다른 인연이 서울시장 선거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박 변호사는 지난 2일 안 원장에게 두 통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두 사람 모두 평소 휴대전화를 잘 사용하지 않아, 전자우편으로 ‘교신’한다고 한다. 박 변호사와 절친한 한 인사는 “당시 박 변호사와 안 원장의 출마설이 잇달아 보도된 시점이었는데, 안 원장에게 ‘(출마를) 고려하는 게 아니라 출마한다. 안 원장의 거취와 무관하게 출마를 결심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이에 안 원장은 ‘제가 출마를 고민하는 이유는 현 정권에 대한 분노 때문’이라는 답장을 곧바로 보내왔다”며 “안 원장 본인도 출마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얘기로 읽히는데, 안 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두 사람이 직접 만나 얘기해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주변 인사들한테 “안 원장처럼 혼자 무소속으로 나서면 시장에 당선되더라도 시정을 제대로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안철수 변수’와 관계없이,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아름다운재단 이사직에 대해서도 이미 사의를 밝혔다. 그의 측근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선거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선거운동에서 내세울 주요 정책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전후로 예상되는 출마 기자회견 장소로는 희망제작소 사무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제작소가 그동안 지방자치 활동 등 지역과 관련한 의제를 연구해온 상징적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희망제작소에는 50명가량의 시장·군수가 회원인 ‘목민관 클럽’이 설치돼 있어 도시계획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연구 및 국내외 현장 방문 활동을 통해 아이디어와 경험을 나누고 있다. ‘좋은 시장 학교’,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 ‘더 좋은 지하철 만들기’ 등의 사업과 지자체 컨설팅 활동도 해왔다. 박 변호사의 한 지인은 “그는 2005년 희망제작소 설립 이후 지방자치와 관련한 여러 정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전국 지자체에 전파해왔다”며 “40여일 동안 산행을 하면서 ‘소명의식’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하니, 이를 정리해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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