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안 윤곽
한나라 “종편 미디어렙 적용 대상서 제외” 강경
민주, 2년 한시허용 타협안…군소 방송·신문 위기
한나라 “종편 미디어렙 적용 대상서 제외” 강경
민주, 2년 한시허용 타협안…군소 방송·신문 위기
여야가 6일 수면 위에 올려놓은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은 모두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 직거래의 길을 터놓은 것이다.
한나라당이 공식화한 미디어렙 법안은 종편을 미디어렙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3년 뒤 다시 논의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안은 종편을 미디어렙에 포함하되 ‘승인시점(2010년 12월31일) 3년 뒤 강제위탁’이라는 규정을 두도록 해, 앞으로 2년여 동안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종편 포함 결사반대’의 입장에서 변화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법 제정을 위해 물러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협상을 위해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폭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민주당 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김성동 의원은 “종편만 억지로 미디어렙에 가두는 것은 곤란하다”며 “3년 뒤 광고시장 상황 등을 보고 다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야는 문방위에서 더 협상을 하기로 했으나, 절충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언론단체와 학계에선 ‘한시적’이란 전제조건이 붙더라도 종편의 직접영업은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중소·지역신문 등 취약 매체에 막대한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직접영업은 보도와 영업에 칸막이를 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종편사들이 뉴스 보도를 앞세운 매체의 영향력을 광고 수주에 십분 활용할 것이란 게 언론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정인숙 경원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금처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3년 유예라는 것은 사실상 거의 의미가 없다”며 “종편의 직접영업은 중소 방송사업자엔 생존의 위기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1공영·1민영’ 미디어렙 체제를 주장해왔던 민주당이 ‘1공영·다민영’으로 급선회한 데 대한 반발도 크다. 민주당은 종편 미디어렙 위탁을 위해 수신료를 받는 방송사는 공영, 그렇지 않은 방송사는 민영으로 분류해 ‘1공 다민’의 협상카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과 교육방송은 공영 렙, <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와 종편은 민영 렙으로 가자는 안이다.
그러나 언론단체와 학계는 이 방안이 결국 방송사별로 렙을 만드는 ‘1사 1렙’ 안 도입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민주당이 방송의 공공성을 외면하고 되레 방송계 전체를 상업화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최성진 송채경화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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